"크립토 이코노미 혁신하면 지금도 멋진 블록체인 서비스 가능"
"크립토 이코노미 혁신하면 지금도 멋진 블록체인 서비스 가능"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8.08.24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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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혁 아이블록 대표, 기술 중심 블록체인 혁신론 반박

이런저런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도 사용자 입장에서 정작 쓸만한 블록체인 서비스는 구경하기 힘든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속도와 프라이버시 등 블록체인이 갖는 기술적인 한계가 대중적인 서비스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원인 분석은 기술이 발전하면 블록체인 기반 혁신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기술 위주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장중혁 아이블록 대표

이런 가운데 장중혁 아이블록 대표가 기술 중심의 블록체인 혁신론을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기술이 아니라 크립토 이코노미에 블록체인 혁신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만으로 블록체인 혁신을 이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대로된 크립토 이코노미 없이 블록체인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인식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혁신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부족해 쓸만한 서비스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크립토 이코노미에요. 크립토 이코노미를 혁신하면 지금도 멋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장 대표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크립토 이코노미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다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서 크립토 이코노미에 대한 진지하고 전략적인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크립토 이코노미는 현재 서비스 기획의 양념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블록체인발 혁신은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크립토 이코노미는 많은 이들에게 무엇인지 대충 감은 오지만 좀더 파고들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같은 개념이다. 장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크립토 이코노미를 이렇게 요약한다.

"크립토 이코노미는 중앙화된 기관이나 화폐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누군가 기여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를 시스템이 목표로 하는 핵심 가치에 연결하고, 시스템이 만들어낸 가치를 누군가가 댓가를 지불하고 쓰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크립토 이코노미는 크게 사이언스와 엔지니어링으로 나눠진다.  사이언스는 연구, 엔지니어링은 이를 구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장 대표의 주특기는 크립토 이코노미 엔지니어링쪽이다. 그에 따르면 크립토 이코노미 엔지니어링은 크게 상품, 계약, 계약 해석조건, 계약 실행 조건, 지불수단 5개 요소로 이뤄진다. 

5개 구성 요소를 모두 블록체인 위에, 이른바 온체인에 담을 수 있다면 크립토 이코노미 측면에선 깔끔해진다. 하지만 5개 요소 중 하나라도 블록체인 밖에, 다시 말해 오프체인에 있게 되면 혁신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마트 컨트랙트도 5개 구성 요소가 모두 온체인에 올라와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고양이 게임인 '크립토키티'는 5개 구성 요소가 모두 온체인에 구현된 사례다. 크립토키티에선 A를 주면 B를 준다는 계약을 온체인에서 제3자 개입없이 구현할 수 있다. A를 주면 B를 준다는 계약을 해석하는 부분을 오프체인인에 둔다면, 크립토키티는 제대로된 서비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란 게 장 대표 지적이다.

크립토 이코노미 관점으로 보면 블록체인 세상도 많이 달라보인다. 암호화폐의 원투펀치로 통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마찬가지. 컴퓨팅 기술을 앵글로 잡으면 볼 수 없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크립토 이코노미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거둔 성과는 크게  2가지입니다. 장부에 기록하고, 블록을 생성한 것에 대해 인센티브를 준거에요. 이를 통해 만든 가치가 P2P 송금과 이중지불 방지입니다. 비트코인은 송금과 이중지불방지라는 가치를 창출했고, 장기적으로 은행 없이도 신용통화 기능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가능성만 보여준 신용통화로서의 영역을 좀더 확장한 케이스다. 그러나 완벽한 확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기능성을 넓히기는 했지만 신용을 온체인화할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현대 신용 통화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장중혁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존재하는 신용을 온체인화할 수 없다는 것은 지금의 블록체인이 갖는 큰 한계로, 이걸 뛰어넘어야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신용은 빌려가는 사람을 신뢰하면 유동성을 제공하고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청산하는 절차로 이뤄집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청산 절차에요. 빌려간 사람이 돈을 떼먹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은행과 달리 스마트 컨트랙트에선 이게 어렵습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협 없이 청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의 블록체인에선 이렇게 하는 것이 힘들어요.익명의 개인이 신용을 창출하는 것이 힘든 구조입니다."

장 대표는 기술로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크립토 이코노미 관점에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프체인에 있는 신용을 온체인화할 수 있는 방법은 크립토 이코노미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프체인에 있는 신용이나 자산을 온체인화할 수 있느냐갸 혁신의 핵심입니다. 이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에요.  7월 공개된 이더리움 기반 예측 서비스 '어거'도 이같은 관점에서 주목할만 합니다. 어거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돌아가는 구조여야 합니다.  오프체인에 있는 신뢰를 온체인화한 것이 어거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블록체인 혁신 측면에서 이런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집니다. 크립토 이코노미 혁신이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서비스가 느려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거에요."


장 대표가 가급적 많은 것들의 온체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크립토 이코노미의 핵심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체인화는 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온체인에 올리려고 하면 이것저것 걸리는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걸 풀어야하는데, 지금은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속도가 아니라 이게 진짜 문제라는 것이 장 대표의 진단이다.

"MP3 파일 하나도 온체인에 올리는 것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MP3 파일 하나에는 전송권자, 제작자, 실연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권리가 엮여 있어요.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도 MP3파일을 온체인에 올리려고 하면 현실적이 문제들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더리움이 비싸다고 하지만 지금은 사이드체인 쓰면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어요. 문제는 기존 비즈니스 구성 요소를 온체인에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다는거에요. 그래서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제대로 안되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컴퓨팅에 비해 크립토 이코노미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어요. 리소스가 너무 적게 투입되고 있습니다. 크립토 이코노미를 서비스 기획의 양념 정도로 생각하는데, 착각입니다. 크립토 이코노미는 프로토콜이에요. R&D 영역입니다. 서비스면 오늘은 이렇게 했다가 내일은 저렇게 고칠 수 있지만 크립토 이코노미는 그럴 수 없어요. 그런만큼, R&D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아직도 몇사람이 아이디어 내서 하면 되는 일 아니냐는 인식이 많습니다."


한국은 특히 크립토 이코노미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 해외의 경우 그대로 나름 이미있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에 있는 자산을 암호화폐와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얼핏보면 별거 아닌듯 보이지만 크립토 이코노미 측면에선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 장 대표 설명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그저 가치가 안정화된 코인으로 보는 것은 제한적이에요. 오프라인의 달러를 온체인화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악의적인 공격자를 어떻게 방어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등 스테이블 코인은 크립토 이코노미 측면에서 관전포인트가 많은 시도라고 생각해요."

크립토 이코노미에 대한 장 대표의 문제 의식은 평론가 차원의 일이 아니다. 장 대표는 스스로 크립토 이코노미 관점에서 이더리움도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디쿤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디쿤은 신용 대출 플랫폼으로 신용을 온체인화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오프체인에 있는 신용을 온체인으로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신용은 리스크를 떠안고 유동성을 제공한 뒤 청산에 이르는 절차를 아우릅니다. 리스크를 측정하는 것만 신용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청산에 대한 고려 없는 신용은 반쪽짜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용을 온체인에서 다루려고 신용 정보를 가져다 쓰는데, 이건 온체인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용의 핵심은 디폴트 청산 메커니즘이고, 이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디쿤은 디폴트 청산 메커니즘에 집중합니다. 9월쯤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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