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무한경쟁에서 어떻게 이길까(상)
블록체인 무한경쟁에서 어떻게 이길까(상)
  • 정현우 TTC 프로토콜 대표
  • 승인 2018.08.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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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 TTC프로토콜 대표, "나는 지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나"

회사를 세우고 성장시켜나가는 과정은 대표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의 학습량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한지 이미 6년 차이지만, 아직도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된다. 복잡 다양한 일들을 계속 겪으며 바쁘게 지내다 보면 가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게임의 중간에 들어서 있는지 잊고 헤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렇기에 가끔은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어떤 업계에 들어와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몇 주 만에 다시 5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며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볼 시간을 갖는다. 

적어도 99%의 프로젝트는 사라질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업계를 이끄는 많은 선지자들(Visionary)은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수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관점에 매우 동의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경쟁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더욱 더 치열한 경쟁 속에 펼쳐지고 있다.

예전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 국가 내에서 1등을 가리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지금 블록체인 업계에서의 경쟁은 전 세계에서 1등을 가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터넷/모바일 세계에는 한국판 구글, 한국판 그루폰(Groupon), 한국판 위웍(Wework) 같은 이름을 붙이며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크립토 세계에서는 전 세계 크립토인 모두가 동시에 코인마켓캡에서 세워진 시가를 기준으로 전 세계 프로젝트를 줄 세우고 그 변화를 지켜본다.

특히나 플랫폼, 프로토콜 단위의 프로젝트 간의 경쟁은 전 세계 범위에서의 표준 경쟁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한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먼저 차지한 사람이 시장을 모두 점령하는 소위 The winner takes it all 시장의 추세를 보인다. iOS, Android가 모바일 OS를 점령하고 나서 심비안, 블랙베리, 삼성 타이젠 같은 플랫폼은 거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것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한 국가 안에서의 일등이라는 개념은 큰 의미를 가지게 되기 어렵게 될 것이며, 누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느냐만 중요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들의 시가총액 분포는 소위 말하는 극단적인 멱함수 분포를 보이게 될 것이다. 소수의 프로젝트가 전체 시장을 가져가고 나머지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이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의 성장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24/7 돌아가는 업계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파트너십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지겹도록 비행기를 타고 다양한 국가의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거기에 모인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협업하게 되었다. 정말 짧은 기간 동안 같은 그룹의 사람들을 뉴욕, 싱가폴, 홍콩, 타이페이, 호치민, 베이징 그리고 서울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나만 하더라도 베이징 사무실에 앉아 최근에 우크라이나 그리고 베트남에 있는 전문가들과 블록체인 안전성(Security)과 관련된 협업을 진행하고, 뉴욕과 제네바에 있는 팀과 마케팅 관련 협업을 이야기하며, 서울에 있는 팀과 몇 주 뒤에 있을 자카르타 밋업과 싱가포르 컨퍼런스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시차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컨퍼런스 콜을 하기 위해 시간을 맞추고 수 시간씩 전화통화를 하고 실제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이 업계가 쉬지않고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체감할 수 있다.  

크립토계의 하루가 인터넷 업계의 1년보다 빨리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업계의 변화는 마켓의 상승/하락과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소식은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전달되고 또 거의 실시간으로 새로운 대응 방안이 만들어진다. 업계의 한 투자자는 농담처럼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기회를 놓치게 될까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휴가를 가서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블록체인 업계와 기존 업계 간의 괴리  

블록체인 업계와 인터넷 업계는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다르게 돌아간다. 우선 업계의 출발점이 매우 다르고, 초기에 참여하여 시장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다르고, 업계 전체가 추구하는 철학 또한 매우 다르며, 그 성공 방정식도 매우 다르게 보인다. 그러다 보니 나와 같이 기존 인터넷/모바일 업계에서 종사하다 이 업계로 진입한 사람들은 초기에 다양한 괴리감과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 올해 블록체인 업계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에 대한 기존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의 배타성도 종종 느낄 수 있다. 물론 시장에 늦게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 바뀐 게임판의 룰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예전의 게임 방식을 고집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건 나 하나뿐이다.  

기존의 커리어를 버려두고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에게도 배타성과 거리감이 느껴질 진데,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난해함과 거리감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기존의 많은 프로젝트들은 전반적으로 컨센서스와 성능 개선에 집중되어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일반 대중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실사용 수요와 관계없이 단순히 트레이딩만을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가 여전히 대부분이다.  이 업계에 오래 있었다고 하는 대부분의 초기 리더들 혹은 Evangelist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막연한 비판만을 할 뿐, 어떤 식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인색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도 지난 1년간 다른 다양한 업계에서 일해오던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업계에 신규 진입하면서 기존 업계의 시각으로 많은 개념이 재해석되고 있고, 많은 프로덕트와 인프라  또한 더욱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고 참여하기 쉽게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이 업계가 조금씩 더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매우 개선된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를 갖춘 거래소들이 등장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많은 기존의 거래소들은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이었다. 

코인의 내재가치 = 유틸리티 

코인/토큰 (엄밀하게 둘은 다른 개념이나 지칭하기 편하게 아래는 모두 코인으로 통일하겠다)은 보통 증권형 코인과 유틸리티형 코인으로 분류된다. 증권형 코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증권(Security)과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코인, 토큰이 유틸리티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으므로 여기에선 유틸리티 코인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유틸리티(Utility)의 어원은 usefulness다. 번역하면 ‘유용성' 정도 될까? 어떤 코인이 유용하다는 것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고 다양하다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자면 코인을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덕트가 많아야 한다는 뜻이고, 그것이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하고 거래해주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받아주던 사람이 적던 2010년에는 피자 두 판을 바꾸기 위해 10,000개의 비트코인을 써야 했다. 그 당시에는 비트코인은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었고 이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소수였기에 비트코인이 가진 유틸리티는 적었던 것이다. 가상 화폐 열풍과 업계에 참여하는 사용자 폭증의 중심에 있던 거래소들이 모두 비트코인을 기축 통화로 사용하던 2017년 연말엔 1개의 비트코인의 가치가 2만 불에 다다르기도 하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게 되었고 더 많은 곳에서 사용되었다. 물론 다시 가격은 내려와 현재는 6500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여튼 2010년과 지금의 비트코인의 유틸리티는 확연히 다르고 그 결과는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성공은 코인의 유틸리티 확대에 있고, 그것에 대한 결과는 코인의 내재가치로, 그리고 다시 시장에서의 가격으로 귀결된다. 물론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 등으로 코인 가격은 큰 변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난 여전히 가격은 내재가치(Intrinsic value)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믿는다. 

커뮤니티의 컨센서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 방식은 기존의 인터넷 / 모바일 프로덕트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그 프로젝트의 코인이 프로덕트적인 면과 가치의 매개 그리고 일종의 금융상품과 같은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프로젝트의 코인을 보유하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에 기여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커뮤니티라 부르는데, 한 프로젝트의 성장 과정은 그 커뮤니티의 성장과 함께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진입하는 방식은 4가지로 나뉘는데 1) 컨센서스가 유지되는 데 참여하거나 프로토콜에 정의된 기여에 참여하는 방식 (보통 채굴이라 부른다) 2) 토큰 생성 이벤트(Token Generation Event)에 참여하는 방식 (보통 ICO 투자라고 부른다) 3)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 성장에 기여하고 코인을 부여받는 방식 (보통 바운티/에어드랍이라고 부른다) 4)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서 코인을 구매하는 방식 등이 있다. 

코인은 프로젝트의 유틸리티 가치 매개체 역할도 하기 때문에, 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은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성장에 기여하게 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초기 홀더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밋업을 조직하거나, 버그바운티 혹은 코드커밋에 참여하거나, 관련된 회사를 만들거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프로젝트를 홍보를 해왔고 그 결과로 프로젝트들은 더 큰 규모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더욱 큰 유틸리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의 가격은 시장을 통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시장은 구성원들의 가격에 대한 일종의 합의(컨센서스)의 모음집 정도로 정의 할 수 있다. 한 물건의 내재가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최종적으로 코인의 가격은 형성되고 안정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큰 규모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성장에 기여하고 그 미래 가치(future value)에 대해 더 높은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것은 코인의 가치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그 과정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초기 참여자들은 현재 매우 큰 과실을 나눠 가지고 있다.  

TPS 경쟁의 허무함  

지금까지 이 시장에서 대부분의 경쟁은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이루어 졌는데, 얼마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을 통해 소화하고 처리할 수 있느냐가 그 경쟁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리고 그 경쟁의 지표로 다들 TPS (Transaction per second)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의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사이트인 Blocktivity의 자료를 참조 해보면 사실 지금 프로젝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사실 TPS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메인넷이 완료된 EOS의 일주일 평균 하루 기록량은 약 480만 개 수준이다. 시간대에 따라 기록량이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겠지만 24시간, 60분, 60초로 나눈 평균 TPS 수량은 55 TPS 정도 수준이다. 심지어 이 Operation 중 상당히 많은 양이 의미 없는 스팸 메시지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니 실제 돌아가는 프로덕트의 Activity 수준은 훨씬 낮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에 대비해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TPS가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현재 상황은 아무리 TPS가 높다 한들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실사용량은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다른 프로젝트도 참고로 표기하자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본 steem의 110만 개 수준으로 평균 TPS는 13, 이더리움은 60만 개로 7, 비트코인은 21만 개로 2.5 정도 수준이면 플랫폼 내의 모든 Operation을 처리해낼 수 있다. 지금의 블록체인의 사용량을 고려했을 때 사실 TPS가 코인의 유틸리티를 결정짓기에는 그 사용량이 아직 너무나 적다.  

투명성과 기술의 평준화 

프로젝트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블록체인상에서 다양한 기록, 코인/토큰의 전송 등이 충분히 탈중앙화되고 조작되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필수적으로 자신들의 컨센서스 기제 등을 소스코드의 형태로 공개하고 사람들의 검증을 받는다. 컨센서스의 노드로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들의 공헌만큼 코인이 공평하게 채굴되는 것에 대한 신뢰를 가지기 위해 소스코드를 충분히 검토하고 노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핵심 소스코드는 백서의 형태이든 소스코드의 형태로든 대중에게 공개되게 되어있다. 

이러한 오픈소스화는 업계 전반의 기술 진보에 기여하게 되는데, 이는 동시에 업계 기술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오게 만든다. 한 프로젝트가 엄청난 기술적 발견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게 되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그 기술을 매우 빠른 속도로 채용하고 개선하게되어 이는 더이상 처음 기술적 발견을 이룩한 프로젝트 혹은 개발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기술적 우수성은 한 프로젝트가 장기적인 비교 우위를 갖추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기 힘들게 된다.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 위의 프로토콜, 더 나아가 프로덕트(dapp)들이 빠르고 안정적이며, 모든 참여자들이 신뢰하고 안정감을 갖추기 위해서 부단히 기술적 혁신을 추구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기술적 진보는 하루도 쉴 수 없고 우리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다만, 기술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유되고 개선되는 데 반해 사람들의 사고 방식, 생활 패턴의 변화에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중들이 더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를 통해 사용자들을 선도적으로 확보하고, 그들이 플랫폼 속으로 들어와 lock-in 되어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 <하편에서 계속>

 

이글은 정현우 대표의 브런치에 실린 것으로 필자 동의 아래 더비체인 독자들에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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