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월렛 경쟁①] 거래소 넘어 크립토 플랫폼으로 진화
[집중기획:월렛 경쟁①] 거래소 넘어 크립토 플랫폼으로 진화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8.10.1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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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차별화 포인트 내걸고 경쟁 가속...킬러 앱 주목

최근 한두달 사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선 유니버셜 월렛을 표방하는 암호화폐 지갑 업체들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각종 암호화폐를 저장하고 다른 이에게 전송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품은 지갑들이 비슷한 시점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을 잡겠다고 나온 신형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들간 레이스, 100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거래소간 경쟁 이후 암호화페 시장에서 흥미로운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지갑은 블록체인 기술과 일반 사용자를 이어주는 첫 인터페이스이자 가장 중요한 킬러앱 서비스로 꼽힌다.

개발자에 초점이 맞춰진 플랫폼, 투자자들에 집중된 암호화폐 거래소와 달리 지갑은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로 쓰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이른바 디앱과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대중성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통한다. 지갑이 확산된다는 것은 디앱 사용자가 늘고 있거나 향후 늘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도 지난달 개최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통합 월렛과 거래소가 인터넷 시대의 넷스케이프처럼 블록체인의 대중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나오는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보면 단순히 암호화폐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말이 지갑이지, 실제로는 다양한 디앱과 암호화폐 기반 금융 서비스를 이어주는 서비스 플랫폼을 향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와의 연동은 기본이고, 암호화폐를 맡겨두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도 지갑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구경할 수 없는, 개인용 지갑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확산되는 추세다.

인터넷에서 웹브라우저가 했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블록체인 판에서는 지갑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암호화폐 지갑 업체 코인매니저의 서결 전략이사는 "그동안 지갑은 암호화폐를 저장하고 주고받는 용도로 쓰이다보니 ICO에 참여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면서 "예금을 하고 이자를 받는 상품 등 최근 거래소 지갑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나오면서 개인용 지갑을 써야할 이유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디앱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도 개인용 지갑 서비스 확산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디앱 개발자 입장에선 별도의 전용 지갑을 만드는 것은 이래저래 부담이 되게 마련이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전문 지갑 업체와 협력하고 자신들은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디앱마다 각각의 지갑을 까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하나의 지갑에서 가급적 여러 디앱들을 관리하는 것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디앱 브라우저 기능을 포함하는 지갑 서비스들이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코인베이스가 제공하는 코인베이스월렛,  바이낸스가 8월 인수한 트러스트월렛  모두 디앱 브라우저가 중요한 기능으로 강조됐다.

 

방향은 서비스 플랫폼, 주특기는 제각각

최근 국내 암호화폐 지갑 레이스는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버무린 하이브리드 방식의 서비스가 공존하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여러 업체들이 저마다의 차별화 포인트를 내걸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흥미로운 판세가 펼쳐졌다.

큰틀에선 소프트웨어 기반 지갑이 최근 분위기를 주도했다. 코인매니저는 지난달 멀티월렛-디앱 플랫폼을 표방하는 '클레이'(Clay)를 선보였다.

클레이는 거래소 지갑과 개인 지갑을 포함하는 멀티월렛과 이를 활용해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앱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멀티월렛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이오스 등 외에 다양한 거래소 지갑을 지원한다. 간편하게 자산가치를 확인하고 입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인매니저 클레이
코인매니저 클레이

코인매니저는 클레이를 통해 지원하는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는 약 30개에 달하며, 연내 100여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클레이가 지원하는 디앱 플랫폼을 통해 거래소를 통한 거래 및 ICO , 다양한 코인 에어드랍 이벤트 참여, 암호화폐 예금/이자 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화폐 기반 금융 및 응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메신저 기반 지갑 서비스인 소버린월렛도 단순 지갑 기능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소버린월렛은 기존 탈중앙화 거래소와 연동하는 것은 유지하면서 자체 개발한 환전소 개념의 탈중앙화 거래소 기능까지 추가, 사용자들을 위한 스마트 에이전트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ICO 플랫폼 기능도 소버린월렛이 주목하는 포인트. ICO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소버린월렛
소버린월렛

 

두나무 자회사인 루트원은 사용성을 극대화한 유니버셜 지갑을 목표로 내걸었다. 루트원이 제공하는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는 안드로이드에 이어 최근 아이폰 버전의 앱도 공개됐고, 블록체인의 핵심은 살리되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기존의 웹서비스 방식을 일정 부분 도입한 하이브리드 형태인 것이 특징이다.

프라이빗 키 관리는 중앙화하고 거래 기록은 블록체인에 저장해 탈중앙성을 유지하는 전술로, 사용자 경험(UX)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비트베리는 카카오톡 아이디로도 가입 및 로그인이 가능한 환경을 구현했다.

비트베리
비트베리

 

루트원은 주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디앱들을 위한 통합 결제 플랫폼을 비트베리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ERC20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들을 지원하지만 향후에는 EOS와 아이콘 등 다른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루트원은 모회사인 두나무가 람다256 연구소를 통해 개발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루니버스 사이드체인에 거래 내역들을 기록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계한 지갑 업체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하이브리드 지갑을 표방하는 코인어스는 자체 발행한 토큰을 활용한 인센티브 시스템 및 사용성을 강조하고 있고 아이오트러스트는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되는 하드웨어 지갑에 초점을 맞췄다.

코인어스

 

아이오트러스트 디센트
아이오트러스트 디센트

다양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업체들이 경쟁업체와 싸우는 장면은 구경하기 어렵다. 지갑을 쓰는 사용자 기반 자체가 아직은 적다보니, 지갑 회사들 입장에선 경쟁사에 견제구를 던지는 건 오버액션일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건 각자 알아서 의미있는 수준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점유율 경쟁은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갑 업체들은 암호화폐 보관 및 송금 기능 외에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초기 사용자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코인매니저의 서결 이사는 "지갑 서비스는 한 두개가 시장을 틀어쥔 웹브라우저의 길을 가기 보다는 거래소처럼 파편화된 구도로 흘러갈 것"면서 "거래소도 필요에 따라 여러 서비스를 쓰듯, 지갑도 서비스 특징에 맞춰 여러개를 쓰는 흐름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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