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암호화폐 시각 '요지부동'...1년 간 부작용만 초첨 맞춰 정책 추진
금융위, 암호화폐 시각 '요지부동'...1년 간 부작용만 초첨 맞춰 정책 추진
  • 강진규 객원기자
  • 승인 2018.11.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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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 

정부가 이달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블록체인ㆍ암호화폐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확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사실상 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1년 간 암호화폐의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암호화폐 대응에 관한 정책실명 과제 사업내역서를 금융민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정책실명 과제는 주요 국정현안, 국민의 요청이 있는 사업, 1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된 사업 등에 관한 정부기관의 정책 추진 내역을 공개하는 제도다. 

더비체인이 입수한 금융위원회의 ‘가상통화 대응 정책실명 공개과제 사업내역서’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가 추진해 온 암호화폐 대응 정책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는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 투기과열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이 증대돼 암호화폐 대응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진행한 것이다.

금융위는 암호화폐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경제적 측면을 포괄하는 점을 감안해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기벤처기업부 등이 범정부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투기과열, 불법행위 등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지속 수립, 발표, 시행해 왔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대책이라고 설명한 것들은 모두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정책들이다.

금융위는 범정부차원의 대책 수립, 시행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 등 금융부문 소관 과제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관련 금융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고 시행한 것이 성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위의 암호화폐 대응 사업 개요는 규제 일변도였다. 단점을 보완하려는 연구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은 단 한줄도 없었다.

사업내역서에 담긴 사업 추진 내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7년 9월~12월 금융위는 암호화폐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한 대책 수립, 시행을 주요 정책을 명시했다. 2017년 12월에는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긴급 대책 수립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1월에는 암호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 부문 대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2018년 3월에는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 방지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특금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다만 2018년 10월 내역에서는 발의된 국회 의원 입법안을 바탕으로 해외사례, 업계의견, 이용자 보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회 논의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국회를 지원했다는 것이 유일한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금융위원회의 가상통화 대응 사업내역서

문건에서 금융위는 다른 부처들의 성과(?)도 소개했다.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이 암호화폐 관련 불법다단계, 유사수신행위, 환치기 등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 취급업소의 소비자관련법 위반여부 현장조사를 통한 불공정 약관 등을 점검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암호화폐 취급업소에 대한 전산보안 현장점검 등 개인정보 유출·해킹 우려에 대응했고 금융위, 금감원은 암호화폐 취급업소 이용자 본인확인 등 암호화폐 관련 금융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의 설명이 맞다면 금융위 뿐 아니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그에 맞춰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지난 1년 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각 정부 부처별로 올해 3분기까지 암호화폐에 대응한 실적을 분석하고 이를 국무조정실 등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부처는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이며 다른 유관기관들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구체적인 보고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3분기 암호화폐 대응 실적 문건 내용에 대해 한 부처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대응 실적 문건 공개 요청에 대해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사안을 내부 검토용으로 작성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예기치 못하게 관련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할 우려가 있는 등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공개할 경우 관련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문건 내용은 각 부처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와 단속 등을 얼마나 잘 했는지 취합, 분석해 보고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암호화폐에 부작용이 크다며 규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규제 실체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무조정실과 금융위를 비롯한 한국 정부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진규 객원기자  viper@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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