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용어 난립...부처ㆍ법규ㆍ공문별 제각각
암호화폐 용어 난립...부처ㆍ법규ㆍ공문별 제각각
  • 강진규 객원기자
  • 승인 2018.11.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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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에도 용어 달라...향후 수정 문제 불가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지칭하는 용어가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폐, 암호화 자산, 디지털 자산 등으로 난립하고 있다. 특히 정부 법규와 판례에서도 제각각 사용되고 있어 향후 용어 수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들의 법규, 내규 등에 암호화폐와 관련된 용어들이 다르게 명시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이 운영하는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와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암호화폐와 관련된 판례가 4건이 나왔다.

2016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건, 2018년 1월 수원지방법원이 2건, 2018년 5월 대법원이 1건의 판례를 공개했다. 이들 판례는 범죄와 관련된 비트코인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4건의 판례 모두 비트코인을 ‘가상화폐’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령인 ‘금융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는 금융혁신기획단의 업무와 관련해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명시했다.

 

같은 내용에도 용어 달라...부처 내에서 제각각 쓰기도

올해 초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로 유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암호화폐 보유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내용은 각 정부부처들이 내규 등에 명시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내규에서도 쓰인 용어는 다르다.

행정안전부 훈령인 ‘행정안전부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가상통화 거래 및 보유를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 운영지침’에는 가상화폐 용어가 쓰였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훈령인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가상통화, 가상화폐 용어가 모두 들어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훈령인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행동강령’에 가상통화와 가상화폐 용어 쓰인 사례

 

서울특별시 노원구가 지역화폐 운영을 위해 만든 ‘서울특별시 노원구 지역화폐 운영에 관한 조례’에는 가상화폐라는 용어가 쓰였다. 반면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 중인 제주도의 경우에는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또 통계청은 올해 개정한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암호화폐를 ‘암호화 자산’으로 표기했다.

부처 내부에서도 통일이 안 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행은 전자금융조사팀에 가상통화연구반을 운영하며 가상통화로 지칭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해외 현지정보나 조사 보고서에는 가상화폐라는 용어가 쓰였으며 한국은행 일부 연구자료에는 암호자산이라고 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30기 제1차 총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FATF가 암호화폐 용어를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것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금융위는 가상통화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즉 암호화폐를 지칭하는 용어가 부처별로 다르고 부처 내부에서도 중구난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용어 통일 없이 법규, 내규, 공문서 등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이처럼 다르고 그것이 법령에도 반영될 경우 향후 정책 추진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부처들이 용어 통일을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은 ‘화폐’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민감하게 생각해 ‘가상통화’를 지칭하고 있다. 법원이나 경찰, 검찰 등은 ‘가상화폐’를 많이 쓰는 분위기다. 중립적으로 가상자산, 암호화자산으로 자칭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져야 용어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실 정부나 기관에서 공식 정의는 없는 상태”라며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서 (용어와 정책 등이) 달라질 것이다. 정의를 내리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규 객원기자  viper@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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