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터널을 통과하는 자세
[한민옥 칼럼] 터널을 통과하는 자세
  • 한민옥 기자
  • 승인 2018.12.0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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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고, 정치권의 암화화폐 법제화 움직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내년 정부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윤곽도 아직 안개 속이다. 그나마 정부가 주관하는 ‘2018 블록체인 진흥 주간이 열렸으나 초유의 KT 통신구 화재사고 여파로 이슈몰이는 턱없이 부족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기대를 모아온 운명의 달’, 11월은 그렇게 다소 허무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기회의 반대말은 위기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7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01711월 이후 처음으로 35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연중최저치를 다시 썼다. 시장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3000달러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비트코인 가격이 15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더리움은 더 심각하다. 같은 날 기준 이더리움 가격은 1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월 고점과 비교하면 20분의 1로 가격이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이 8분의 1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이처럼 암호화폐 가격이 추락하면서 블록체인 기업들의 운명도 풍전등화. 벌써 해외에서는 구조조정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상위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이더리움 클래식 개발을 이끄는 스타트업 ETCDEV이 자금난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이더리움 기반 비즈니스 육성을 주도하는 컨센시스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력을 13% 줄이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반 SNS로 관심을 끌었던 스팀잇도 지난 11월 인력의 70% 가까이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앞서 블록체인 기반 성인용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인 스팽크체인은 규모를 축소했다.

문제는 이제 터널을 막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더 떨어지고 추가 자금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하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터널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는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그나마 위로라면 터널은 곧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터널이 길면 길수록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단축된다는 뜻이다. 깊은 샘에서 맑은 물이 나오고 깊은 광산에서 보석이 나오듯 말이다.

하지만 터널은 어둡고 좁은 공간으로 일반 도로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높다.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나 처리가 어렵다. 2차 사고나 정체로 다른 차들에 미치는 피해 역시 막대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터널을 사고 없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답은 터널 운전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먼저 기본을 지킨다. 터널 운전의 기본은 감속,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기본은 제대로 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다. 둘째 투명성을 강화한다. 터널 진입 전 전조등을 켜듯 자금 모집부터 프로젝트 개발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셋째와 넷째는 안전거리 확보와 차선 변경 금지다. 아직도 일각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해 한몫 챙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더 이상 11월과 같은 '희망 고문'은 안된다. 기업과 투자자가 있는 한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산업을 리드하고 시장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 터널이 완전히 붕괴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안내판, 즉 가이드라인 정도는 만들어 주기 바란다.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였지만 어둡고 긴 터널을 앞둔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에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한민옥 기자 mohan@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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