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기해년, 블록체인·암호화폐, 그리고...
[한민옥 칼럼] 기해년, 블록체인·암호화폐, 그리고...
  • 한민옥 기자
  • 승인 2019.01.0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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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돼지띠의 해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돼지는 흔히 두 얼굴로 묘사된다. 복과 재물의 대명사인 동시에 탐욕과 게으름의 상징이다.

마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같다. 블록체인이 자타가 공인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반면, 암호화폐의 다른 이름이 사기와 한탕주의인 것처럼 말이다.

새해 새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영 녹록치가 않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가격은 추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사기·해킹 등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불록체인 서비스 역시 언제 나올지 미지수다.

정부 입장은 기대와 달리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지난해 말 열린 한 토론회에서 투기 열풍 이후 비트코인 가치의 80%가 사라진 상황에서 제도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수많은 사람들의 피해와 눈물은 어찌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암호화폐 업계를 비판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연말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 출석해 "(ICO 실태 조사 결과) 사업이 투명하고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있으며 자금을 반환할 장치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크게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빠르면 이달 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볼 때 현재의 'ICO 전면 금지' 입장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설상가상으로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에도 이상이 감지된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을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 하에 2020년부터 7년 간 약 56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중으로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벌써부터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 1, 2차 회의가 열렸는데 부정적 기류가 팽배했다는 것이다.

물론 과기정통부는 올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산업진흥원(KISA) 등을 통해 250억원 이상의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들 단발성 사업과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 개발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중장기 기술 개발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으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2019년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의 전기(轉機)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암흑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획기적으로 퀀텀 점프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업계 옥석 가리기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선결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제대로 된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올해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 일각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반신반의하는 것은 아직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이디어만 가지고 정부나 투자자를 설득할 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그동안 준비해 온 서비스의 실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 성패에 따라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천국이 될 수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인 듯 규제 아닌 규제 같은지금의 정부 블록체인·암호화폐 정책은 산업과 업계, 시장, 투자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새해 인사말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 그 중에서도 혁신 성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산업 전 분야에 혁신이 필요하다방식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 성장을 위한 예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겠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혁신 기술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5600억원을 뛰어 넘는 더욱 대대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관중규표(管中窺豹)'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대롱 구멍으로 표범을 보면 표범의 얼룩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슷한 의미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속담이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의 부작용에만 매몰돼 블록체인이 가진 혁신성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피해와 눈물을 살피는 동시에,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도 함께 봐 주면 어떨까.

한민옥 기자 mohan@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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