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캐시 버그 수정이 탈중앙화 정의 논쟁으로 번지는 이유
지캐시 버그 수정이 탈중앙화 정의 논쟁으로 번지는 이유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2.12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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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암호화폐 지캐시를 관리하는 비영리조직인 지캐시컴퍼니가 최근 지캐시 소프트웨어 버그를 수정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탈중앙화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연결시킨 MIT테크놀로지리뷰 기사가 눈길을 끈다.

지캐시 내부 몇몇 개발자들이 버그에 대해 몇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비밀로 유지해오다 버그를 해결한 뒤에서야 공개한 것이 탈중앙화됐다고 표방하는 프로젝트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지캐시는 지난 5일(현지시간) 공격자들이 가짜 지캐시를 발행하는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는 치명적인 버그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공개되기 전까지 지캐시 내부 몇몇 직원들만 버그의 존재를 알았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8개월 동안 이를 비밀로 해왔다.

이같은 행보는 지캐시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였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캐시의 경우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인 만큼,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닐 수 있다고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중앙화와 탈중앙화 블록체인 시스템 간 차이를 구분짓는 분명한 정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로 꼽힌다.

소수만 특정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지캐시가 실제로는 중앙화됐다는 것을 의미할까? 현재로선 답은 없다. 탈중앙화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정 암호화폐가 진정으로 탈중앙화됐냐는 논의는 대부분 이론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탈중앙화가 이제 마케팅 용어에서 실적 법적인 의미를 갖는 존재로 바뀌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지캐시 에피소드는 문제가 있다고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안젤라 왈츠 세인트메리 대학 로스쿨 교수를 인용해 전했다.

왈츠 교수는 새로운 논문에서 탈중앙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넘어가면 이들 시스템에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대로 돌아가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2018년 6월 윌리엄 힌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이사의 강연을 예로 들었다. 당시 강연에서 힌먼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충분히 탈중앙화 돼 있어, 주식이나 채권을 포함하는 증권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중앙화가 명쾌하게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힌먼이 제시한 표준은 이해하기 어렵고, 그가 한 강연의 다른 부분은 결론과 충돌한다는 것이 왈츠 교수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힌먼은 발행자와 잠재 구매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면 디지털 자산은 증권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작업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정보 비대칭의 예가 될 수 있다. 소수 개발자가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는 것도 이같은 비대칭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왈츠 교수는 지적했다. 지캐시에도 정보 비대칭이 있다는 것이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이같은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 소수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치명적인 버그를 외부에 공개하기전 며칠을 기다렸고 11월에는 이더리움 주요 개발자들이 제안으로 올라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논의하기 위해 사적인 미팅을 가져 논란이 됐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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