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버블이 2001년 닷컴과는 달랐던 이유
블록체인 버블이 2001년 닷컴과는 달랐던 이유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2.18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가시스 공동 창업자 "인프라 유산 없이 너무 빨리 터져"

많은 이들이 지난해 불었던 ICO 버블을 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 일었던 닷컴 버블과 비교한다. 비슷한 관점의 비교가 많은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 산하 프로토콜 엔지니어링 사업 조직인 페가시스의 다니엘 헤이먼 공동 창업자가 "블록체인은 전통적인 기술이 갖는 라이프 사이클과 다르다"면서 닷컴 버블과의 차이를 강조하는 글을 올려 주목된다.

다니엘 헤이먼 페가시스 공동 창업자

그는 최근 해커눈 블로그에서  칼를로타 페레즈가 2001년 펴낸 책 '기술 혁명과 금융 자본'(Technological Revolutions and Financial Capital)를 기준으로 블록체인과 닷컴 버블을 비교했다. 많은 이들이 ICO과 닷컴 버블을 비슷한 맥락에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많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다니엘 헤이먼에 의해 신기술이 처음에 어떻게 사회를 사로잡고, 바꾸는지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은 '기술혁명과 금융 자본'은 산업 혁명, 철도 붐, 철의 시대, 대량 생산의 시대, 정보 시대 등 지난 250년간 발생한 급격한 기술 발전(surges of development)을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각각은 발전은 성장의 폭발을 불러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성공적인 창업가들이 쏟아졌다. 저자인 페레즈의 표현을 빌리면 이같은 변화는 테크노 경제 패러다임(‘techno-economic paradigm)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테크노 경제 패러다임에서 버블은 많은 휴유증을 남기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투자 열풍으로 만들어진 신기술 인프라의 혜택속에 실질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니엘 헤이먼은 철도, 운하, 광섬유 케이블 등을 예로 들었다.

블록체인도 이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는게 다이넬 헤이먼의 관점이다.

그는 페레즈 프레임워크를 기준으로 블록체인은 닷컴 버블을 이끈 기술 라이프 사이클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테크노 경제 패러다임으로 진입하려면 인스톨(intall) 단계에 들어서야 하는데 블록체인은 현재 그 전 단계인 잉태(gestate)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인스톨 단계에선 중요한 인프라가 향상되고 복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등 변화에 필요한 성과들이 나오는데, 잉태 단계에선 그걸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종합하면 닷컴 버블은  인스톨 단계에서 일어났고, 블록체인은 그보다 앞선 잉태 단계에서 터져 버렸다는 얘기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토큰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버블도 일찍 터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페레즈가 책에서 강조한 버블의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지 않다.

우선 블록체인 생태계가 발전하도록 돕는 충분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최소한에 그쳤다. 채굴 등을 위한 물리적인 인프라도 조만간 쓸모 없어질 수 있다. 헤이먼은 "새로운 광섬유 케이블이나 운하를 얻은 도시와 달리 채굴자들이 추가된다고 새로운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작업증명 채굴은 블록체인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경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물리적인 인프라 투자 역시 닷컴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헤이먼은 "ICO를 통해 된 쉽게 확보된 자금은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 쏠렸다"고 지적했다. 집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보다는 쉽게 투자를 받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헤이먼에 따르면 인재들이 이 분야에 몰려들었고 스타트업들은 뭐가 통할지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활용 사례들을 실험했다. 다양한 신기술과 접근법을 접목한 새로운 블록체인들도 공개됐다.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페레즈의 책에 언급된대로 버블 후에 기대할만한 인프라는 남지 않았다"고 헤이먼은 반복해서 지적했다. 기반 기술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측면에서의 버블이 발생하면서 실제로 남은 것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버블과 관련해 헤이먼은 3가지 메시지를 강조했다.

첫번째는 또 다른 광풍이 블록체인 기술이 성숙하기전에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복수의 버블이 우리 앞에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번째는 블록체인 기술이 성공하려면 기존 패러다임과 맞서면 안되며, 전통적인 기업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 기업들과의 협력은 블록체인이 진화하고 비즈니스 모델들을 실험하는데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면서 "블로체인 기술 라이프 사이클에서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최고의 베팅"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블록체인 기반 패러다임의 탄생을 위해 인프라에 크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인프라와 다양한 기술들에 투자해야 한다. 처음에는 분명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사업적으로 지금 가능한 기회에만 집중하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