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②]IT인프라 넘어 '파괴적 혁신' 가능할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②]IT인프라 넘어 '파괴적 혁신' 가능할까?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2.2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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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차원 접근...문화 장벽 극복 과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했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암호화폐의 겨울 속에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은 원년으로서의 틀이 만들어지는 판세다. 더비체인은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와 기업들의 행보를 분석하고 블록체인이 기업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지, 블록체인 혁신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는 무엇인지 분석했다.<편집자주>

 

IT인프라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차원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들어 관련 업계의 행보는 더욱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블록체인으로 기존 비즈니스의 판을 깨거나 없던 것을 만들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블록체인이 새로운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요소 기술이 될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비즈니스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블록체인에 주목할지 않을 수 없다"며 "정말로 많은 회사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뭔가, 특히 글로벌 시장까지 아우르는 뭔가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IT인프라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GLN(Global Loyalty Network)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KEB하나은행도 금융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블록체인을 주목하고 있다.

GLN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현금, 마일리지 같은 자산을 전세계 어디서나 교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은 "금융부문의 마지막 파괴적 혁신은 50년대 외상 구매를 기술로 구현한 신용카드였다"면서 블록체인이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GLN 프로젝트는 자산 저장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앞으로 OK캐시백 포인트를 미국 백화점에서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 부행장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글로벌 대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사업을 하려면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며 "전 세계 IT기업들이 블록체인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성과가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알려진지 몇년 안되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생활에 파고들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포인트에 연계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두나무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과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개발업체 키인사이드도 야놀자 등과 함께 여행레저 기업과 사용자를 위한 여가 관련 통합 리워드 플랫폼을 구축한다. 

키인사이드가 개발하는 플랫폼은 여행과 레저 부문에서 사용자들의 행동기반이 겹치는 서비스의 마일리지를 통합, 공동 마케팅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항공권, 자동차, 숙박을 예약하고, 음식을 먹고, 레포츠를 즐기는 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업활동을 연계하는 접점을 하나의 얼라이언스 플랫폼을 통해 담아낼 계획이다.

키인사이드 조정민 대표는 “서로 다른 환경의 기업들이 마일리지를 통합하고, 시너지를 내는 플랫폼의 구성은 효용성이 크지만 구축 비용과 신뢰, 합의 방식을 도출하기가 매우 힘들어 적용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영역에서 어떻게 기능할 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트 연동은 제휴사간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조정민 대표는 "포인트를 얼마나 발행했는지를 넘어 정산도 중요한데, 기존 인프라에선 이같은 작업을 다 따로따로 하다보니 데이터 정합성 문제가 발생했고, 단일한 정책을 적용하기 어려웠다"면서 "블록체인은 이같은 협력 기반 프로젝트에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의 이동통신 회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왔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산하 연구소인 T-랩스(T-Labs)와 블록체인 사업 협력을 맺고 글로벌 디지털 신분증 사업에 나선다.

이 모바일 블록체인 신분증은 신원 확인, 출입 통제, 각종 거래 및 계약 등 본인 확인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향후 양 사는 모바일 블록체인 신분증을 상용화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오세현 블록체인/인증유닛장은 “모바일 블록체인 신분증이 향후 출입관리, 온∙오프라인 로그인, 각종 계약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블록체인을 통한 ICT 분야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넘어 문화 장벽도 뛰어넘어야

 

협력을 통해 기존에 없던 가치를 만들고, 글로벌을 무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은 다양한 사업적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이를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구현하기는 아직은 만만치 않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말까지 기업 현장에서 진행된 231개 블록체인 개념검증(PoC) 프로젝트 중 대부분이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블록체인 '시기상조론',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 없이 진행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이콘루프의 김종협 대표는 "기업 시장에서 PoC를 뛰어넘는 사업이 많지 않은 건, 결과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뭘할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계획 없이 추진된 사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PoC 이후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의 협력은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갑과 을이 분명한 수직적인 비즈니스에 익숙한데, 블록체인은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비즈니스 DNA를 요구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로코의 박헌영 CTO는 "경쟁사들이 블록체인으로 IT자원을 공유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보면 효율적이지만, 현실에선 아직 성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에서 당장 뭔가가 혜성처럼 등장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구체적인 성과가 잘 잡히지 않고, 진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에 직면하면서도 계속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행착오를 극복한 기업들이 판을 흔들만한 뭔가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분명한 것은 이 가운데에서도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 암호화폐의 겨울 속에서도 새싹을 키우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의 향후 '디테일'이 주목된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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