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신뢰할 이유들은 여전히 있다"
"블록체인을 신뢰할 이유들은 여전히 있다"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3.0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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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어의 비트코인 비판에 대한 VC 투자자 루카스의 반론

보안 및 암호학 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가 최근 IT매거진 와이어드에 블록체인, 그중에서도 퍼블릭 블록체인, 특히 비트코인의 신뢰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써서 눈길을 끌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왜 비트코인식 신뢰를 비판하나
그는 이번 칼럼이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데이터 구조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분산, 합의 알고리즘, 암호화폐만으로 지금의 신뢰를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중량급 인사의 블록체인 비판인만큼,  그의 글은 SNS를 통해서도 회자됐다. 예상대로 반론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초기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한 벤처캐피털인 콜레버레이티브펀드 투자자인 매튜 루카스도 자신의 미디엄 블로그를 통해 슈나이어의 주장들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반박할 것은 또 확실하게 반박했다.

매튜 루카스는 서두에서 슈나이어를 존경하며 그의 블로그도 자주 보는 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뛰어난 기술자인 슈나이어가 블록체인에 대해 신중하게라도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주기를 바랐는데, 비판으로 시작해 비판으로 끝나는 글을 쓴 것을 보고 놀랐으며 이에 자신도 반론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튜 루카스
매튜 루카스

 

매튜 루카스는 슈나이어가 지적한 두 가지 포인트를 위주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슈나이어가 칼럼에서 인간과 제도가 주는 신뢰는 필수적이며 이는 암호 시스템과 코드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탈중앙화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중앙화된 실패 지점(points of failure)에 많이 노출돼 있음을 지적했다. 거래소, 월렛,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가 특히 그렇다는 것이었다.

매튜 루카스 역시 이같은 지적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슈나이어가 암호화폐는 쓸모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 것은 '오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슈나이어가 단일 실패 지점 문제를 지적한 것은 절대적으로 옳지만 이는 블록체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쿼드리가씨엑스는 서투른 인간의 경영, 내부 통제 및 비상 상황에 대한 대처 부족으로 실패한것이지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적 결함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파고들면 결국 사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더리움 디앱인 DAO 해킹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 버그나 패리티 지갑 동결 사건 등도 사람이 저지른 실수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의 실수에 따른 오류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고 보는 것은 오판이다. 오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루카스는 강조한다.

그는 프라이버시에 초점이 맞춰진 암호화폐인 지캐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지캐시 개발팀은 최근 지캐시 프로토콜에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비밀리에 개선 작업을 진행했고, 수정을 마무리한 뒤에야 외부에 취약점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해킹으로 암호화폐가 동결되는 상황을 겪은 패리티 사태와는 급이 다른 대응이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였다.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 오딧(audit: 감사) 관련 연구 커뮤니티에선 최약점 발견과 관련해 최근 많은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 프로토콜이 가동되기 전에 오류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초기 단계에 있지만 공식적인 검증 작업들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을 개발단계에서부터 강화시켜 줄 것이다"고 말했다.

보안 기술이 진화하고 있음에도 인간의 결함을 이용한 공격은 여전하다. 여기서 자유롭지 않은 건 기존 인터넷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매튜 루카스는 "온라인 뱅킹 서비스나 이메일에 기밀정보를 담는 행위는 비판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만 취약하고 쓸모없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매튜 루카스는 "블록체인은 인간 제도의 신뢰 필요성을 제거하지 않으며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슈나이어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블록체인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슈나이어가 지적한 것처럼 기술의 신뢰와  제도기반 신뢰 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 차이가 줄어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술을 통해 전체 신뢰 시스템은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애플리케이션은 신뢰 시스템에 매우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금융 상품에서 상대방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은 영향이 매우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는 것이 매튜 루카스의 주장이다. 그는 이더리움 기반으로 개발된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메이커DAO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메이커DAO는 사용자가 자신의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인 DAI를 발행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은 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1DAI는 1달러 가치를 갖는다.

매튜 루카스에 따르면 메이커DAO는 2017년말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수천만 달러 어치의 대출을 발생시켰다. 사용자는 기존 금융에 비해 대단히 저렴한 1% 수준의 이자율로 DAI를 발행할 수 있다. 리보 금리나 주식을 담보로 한 달러 대출과 비교해 이자율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매튜 루카스는 "실제로 ETH를 가진 이들은 메이커DAO를 기존 주택 담보를 리파이낸싱하거나 신차 구매를 위한 대출에 사용했다"면서 "조만간 메이커DAO는 ETH 외에 이더리움 기반 다양한 토큰들에 대해서도 담보 대출을 지원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메이커DAO는 완벽하게 탈중앙화된 프로젝트는 아니고 완전한 탈중앙화와 무조건 사람의 신뢰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도 아니다"면서 "메이커DAO는 대출에 따른 위험을 광범위하게 분산시키고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커DAO가 제공하는 대출 프로세스는 은행이 아니라 중앙은행과 가까우며, 이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슈나이어는 칼럼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코드가 법으로 통한다는 점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매튜 루카스는 극단적인 부분에 너무 초점을 맞췄다고 받아쳤다.

그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들이 보다 실용적인 견해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코드는 그 자체로 법이 아니다"면서도 "블록체인은 앞서 말한 인간 제도에서의 신뢰와 기술에서의 신뢰 간 차이를 메우기 위해 법, 금융, 프라이버시의 일부 측면을 자동화하거나 제거까지는 아니더라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적인 행동, 프라이빗 키 통제 권한 상실, 토큰 관리자가 파산하는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강제 전송이나 소각 또는 재발행과 같은 관리 기능을 포함하는 많은 토큰 표준들도 제안됐다"고 전했다.

그는 난관들이 적지 않지만,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똑똑한 팀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신뢰 시스템의 구조를 바꿔 나가고 있는 만큼 기다려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매튜 루카스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같은 미래를 슈나이어 같은 전문가와 일정 부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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