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억 블록체인 사업은 왜 첫삽도 못뜨고 좌초했을까?
5600억 블록체인 사업은 왜 첫삽도 못뜨고 좌초했을까?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03.12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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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보고서 공개...과제ㆍ목표 설정ㆍ부처 협의 등 지적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추진 체계  출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왜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진해 온 초대형 블록체인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 원인이 공개괬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2020년부터 2026년까지 5566억 원을 투입하는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으나 올해 초 심사에서 탈락한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11일 R&D예타로를 통해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고 제2의 디지털 혁명을 선도해 블록체인 기술 강국 코리아를 실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추진 주체는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운영 주체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맡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7년 간 5566억 원(국고 4282억 원, 지방비 120억 원, 민간 1164억 원)을 투입해 한국을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 개척으로 2026년까지 블록체인 기술수준을 최고 수준의 국가의 95%로 끌어올리고, 국제특허 출원 145건, 국제표준 채택 32건, SCI 논문 120건, 글로벌 제품 및 서비스 점유율 5%, 글로벌 선도 기업 5개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출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2041억 원을, 블록체인 기술 신뢰성 평가 기준 개발에 841억 원을, 블록체인 선도 서비스 및 생태계 구축에 2683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었다.

 

출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세부적으로는 고성능 데이터 분산처리 및 저장 기술 연구개발, 블록체인 암호화 및 프라이버시 보소 기술 개발, 블록체인 핵심 플랫폼 표준 개발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출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출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유통체인, 문서체인, 투표체인, 의료체인, 기금체인, 데이터거래체인, 팩토리체인, 자유공모, 생태계 구축 등 분야별 과제도 계획에 포함됐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산시, 광주시, 전라북도, 경기도, 대전시 등과 협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출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2018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하지만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계획에서 여러 미흡한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총괄기획위원회 구성 및 운영, 기술수요조사 결과, R&D 분과위원회 운영 등의 측면에서 산학연 관점의 균형적인 의견수렴을 거치지 못하고 연구계 위주로 기획이 진행됐다"며 "과제선정 과정에서 평가가 부재하거나 평가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핵심원천기술 분야 전략과제 도출과정에서 후보 과제에 대한 평가와 선정 및 탈락의 과정이 부재해 면밀한 과정을 통해 연구범위가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선도 서비스 실증을 위해 선정된 7개 과제가 설정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업의 목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사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목표치의 설정에 관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계획은 서비스 측면에서 현 사회 문제의 해결을 통한 신뢰사회 구축을 이슈로 제기하고 있지만 사업 목표는 이와 달리 글로벌 제품 및 서비스 점유율로 설정해 연관성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목표에서는 신뢰사회 구현을 내세웠지만 목표는 특허출원, 글로벌 기업 육성 등이 제시된 바 있다.

보고서는 블록체인 요소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그 기술들의 현재 수준 및 한계 분석, 해결방안 및 개선 수준의 제시 등도 부족하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기존 블록체인 사업들과 이 사업의 중복 가능성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7대 서비스 추진과 관련해 관련 부처와의 협업이 사업 추진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어서 불확실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사업은 종합적으로 사업 ‘미시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사업 추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분석적 계층화 방법) 평가에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 시행이 0.293, 미시행이 0.707을 기록했다. 시행이 0.5 이상 나와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과학기술적 타당성에서는 시행이 0.253, 미시행이 0.747이 나왔으며 정책적 타당성에서는 시행이 0.433, 미시행이 0.567으로 나타났고 경제적 타당성에서는 시행이 0.190, 미시행이 0.810로 분석됐다. 정책적 타당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경제적 타당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만 담긴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정책 제언에서 "블록체인 기술 및 산업의 특성에 맞게 정부 주도의 중장기 연구개발이 필요한 지원 분야를 면밀히 파악한 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블록체인 시범 사업의 진행 경과를 살펴본 후 산학연 전문가의 균형 있는 참여를 통해 정확히 분석해 정부 주도의 중장기 연구개발 추진이 필요한 분야를 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초연구, 일자리, 창업지원 및 정보화 관련 사업과의 연계 추진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사업 추진과 관련된 관련 부처들과 사전에 긴밀한 협력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번에 제출된 내용의 과제 및 목표 설정, 협의 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지만 블록체인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따라서 과기정통부가 사업 계획을 수정해 다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진규 기자  viper@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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