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효과?...블록체인은 여전히 안개 속
규제샌드박스 효과?...블록체인은 여전히 안개 속
  • 정유림 기자
  • 승인 2019.03.2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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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7일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샌드박스형 규제자유특구 제도 시행으로 블록체인 기업들이 국내에서 ICO(암호화폐공개)를 할 수 있는 길이 조금이라도 열릴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제주도나 부산시의 경우 블록체인을 키워드로 특구 지정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제주도나 부산시가 특구로 지정된다 해도 ICO가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제주도의 경우, ICO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허용이라는 입장이지만 중앙 정부와의 조율, 그리고 다른 법제도를 감안하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 자유특구 제도가 블록체인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해보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샌드박스와 특구, 기술의 잠재력을 품을 수 있을까’를 주제로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참석한 변호사들은 블록체인 기업 관점에서 규제 샌드박스와 특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1일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제8회 디센터 콜로키움 행사에서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규제샌드박스 이해하고 대응하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1일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제8회 디센터 콜로키움 행사에서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규제샌드박스 이해하고 대응하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현재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4개 부처가 산업 분야를 나눠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수도권 외 자치단체장이 특구를 신청하는 반면, 나머지 3개 부처는 사업자가 직접 신청하는 방식이다. 특정 지역에서 혁신 서비스를 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규제자유특구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서 특례를 부여받는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특구 지정은 오는 7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규제자유특구로 본사를 옮길 필요는 없다. 지사를 만들거나 연구소를 세워도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나 특구 관련해 스타트업들을 둘러싼 규제 이슈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블록체인으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21일 행사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많이 엿보였다. 행사에 참가한 변호사들은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방향은 제시했지만 ICO 등 쟁점들에 대해서는 디테일을 많이 공유하지는 않았다. 

규제 샌드박스와 특구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블록체인, 특히 ICO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 제도와 관련해 행사에 참석한 법무법인 주원의 정재욱 파트너 변호사는 “여러 부처가 담당을 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규제샌드박스 신청에서 두번에 걸쳐 탈락한 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 ‘모인’을 예로 들었다. 모인은 부처 간 입장 차이로 현재까지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서 강경하게 나오는 정부 기조가 개선돼야 한다”면서도 “블록체인 업체들도 수익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갖고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관련 사업 추진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지속해서 어필해야 법령 재정비 등 변화의 움직임이 생기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보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날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하 금융혁신법)에 관한 내용을 공유한 뒤 “금융 당국이 혁신성의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며 “금융혁신법이 해외 사례를 참고해서 만든 것이기에 국내 산업 동향과 더불어 해외 운영 사례도 지속해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세 변호사의 발언은 ICO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원칙적인 지침을 제시한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달 말 제주도가 마련한 특구 설명회에서도 엿보인 바 있다. 정부는 현재 ICO를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블록체인 특구가 됐다고 ICO에 오케이 사인이 내려올 거라고 낙관하기는 무리가 있다. 

제주도는 ICO와 관련해 정부와 다른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특구로 지정될 경우 블록체인 기업들이 제주도에서 ICO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무관하다. 제주도가 특구로 지정됐다고 해도 유사수신과 관련한 행위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설명회에서도 제주도 차원에서 조례 제정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질문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영수 제주도청 미래전략과장은 "회색지대에 있는 ICO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능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할 수는 없지만 애매모호한 부분은 해소하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유림 기자 2yclever@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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