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 뉴욕대 루비니 교수, 비트코인의 한계 지적
닥터 둠 뉴욕대 루비니 교수, 비트코인의 한계 지적
  • 정리=유하연 기자
  • 승인 2018.01.31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

금융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해진 뉴욕대 루비니 교수가 암호화폐 논쟁에 뛰어들었다.

루비니 교수는 1월 28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금융서비스 산업이 혁명기를 거치고 있지만 그 원동력은 비트코인은 아니"라며 "이 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그리고 사물인터넷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미 수천개의 기업들이 이같은 기술들을 이용해 금융 중개업의 모든 면을 흔들고 있다며 이미 하루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페이팔(PayPal),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 Pay), 벤모(Venmo) 등의 결제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또 비슷한 방식을 통해 보험사의 보험계약 심사, 보상액 산정과 관리, 보험사기 모니터링과 같은 일들이 훨씬 빠르고 정확해졌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직접 하던 포트폴리오 관리 또한 점점 자동화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 인공지능은 불확실하고 수수료도 높은 재무설계사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큰 평가를 하지 않았다.

루비니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10여년 전에 이미 모습을 드러냈지만, 제대로 된 적용 분야는 암호화폐 뿐"이라며 "이 기술의 지지자들은 초기 블록체인과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전의 초기 인터넷을 비교하지만 인터넷 혁명이 이메일, 월드 와이드 웹(www), 그리고 수백만 가지의 상업적 모험으로 이어진 것에 비해, 블록체인의 유일한 응용 사례(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본래의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지지자들은 초기 블록체인 기술을 초기 인터넷과 자주 비교하곤 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이메일, 월드 와이드 웹(www), 그리고 수백만 가지의 상업적 모험으로 이어진 것에 비해, 블록체인의 유일한 응용 사례–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본래의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산업이 혁명기를 거치고 있지만 그 이유는 비트코인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루비니 교수의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 글을 정리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편리한 회계 단위, 거래 수단, 안정적 가치 저장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이 중 하나의 조건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아무도 가격을 비트코인으로 매기지 않는다. 지불 수단으로 받는 경우도 드물다.

하루에 20-30%씩 변동하는 가격은 안정적인 가치 저장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더 심한 것은, 암호화폐가 대체로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비트코인 공급은 2100 비트코인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명목화폐와 같이 값이 절하될 수 없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분명히 거짓말이다.

비트코인이 이미 세 갈래(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비트코인 골드)로 갈라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매일 수백가지의 다른 암호화폐가 개발되고 있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가상화폐 공개(ICO)과 같은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암호화폐는 어떤 중앙은행보다 빠르게 통화 공급량을 늘리고 가치를 절하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금융 버블과 같이, 투자자들은 거래에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구매한다. 실제 비트코인을 쓰려고 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생산은 에너지 집약적(따라서 환경파괴적)이고, 거래에도 상당한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학회에서조차 거래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유일한 의미있는 이용 사례는 마약 거래, 탈세, 자본규제 회피, 자금 세탁 등 불법적인 활동 뿐이다.

당연하게도, 현재 G20 회원국들은 수입 또는 자본 이득이 창출되는 거래를 모두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익명성을 제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번 달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규제가 시행된 후 암호화폐 가치는 12월 최고치에 비해 50%로 내려앉았다. 가격을 받쳐줄 대규모 계획이 빠르게 시행되지 않았다면 더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대부분의 미국 책임자들은 방관하고 있다.

몇 천년 전 화폐가 처음 발명된 이래로 이처럼 수백가지의 화폐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한 적은 없었다. 화폐의 주 목적은 물물교환을 할 필요 없이 바로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화폐가 가치를 갖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면 한 번에 적은 수의 통화만이 같이 유통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달러 이외에 유로나 엔화같은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다. 쓴다고 해서 얻을 것이 없고, 경제를 훨씬 비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몇 백가지의 암호화폐가 독자생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화폐의 기본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단순히 멍청한 발상이다.

더불어 단 하나의 암호화폐가 명목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멍청하다. 암호화폐는 내재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 데 비해, 명목화폐는 세금 지불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내재적 가치를 가진다.

명목화폐는 또한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통제에 의해 가치 절하로부터 보호된다. 만약 약한 화폐 제도와 심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명목화폐가 신뢰성을 잃는다면, 더 안정적인 외국의 명목화폐나 실질자산이 그것을 대체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비트코인의 이점은 그것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실제로 21백만 개의 안정적인 코인 공급이 유지된다고 해도, 바로 그 때문에 통화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통화 공급이 잠재적인 명목 GDP를 쫓아가지 못한다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만약 비트코인의 안정적인 공급이 실제로 명목 화폐를 서서히 대체한다고 해도,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천천히 떨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연장선상에서, 비트코인으로 갚은 모든 명목 부채 계약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이와 같은 빚의 디플레이션이 대공황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었다. 동시에, 비트코인으로 일정한 명목임금을 지급할 때, 생산성 증가와는 별개로, 실질임금은 영원히 증가함으로써 경제적 참사의 가능성을 높인다.

분명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모든 버블의 어머니와 같고, 2017년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 사이에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코인을 사라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자기들끼리도 서로 싸우는) 사기꾼, 협잡꾼, 허풍선이, 호객꾼들이 무지한 소액 투자자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 또한 암호화폐 이상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넘어야 할 거대한 장애물들이 많다. 그 중 제일 큰 장애물은 인터넷처럼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통된 프로토콜(TCP-IP, HTML )이 없다는 점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매개자가 없는 탈중앙화된 거래라는 이상이 유토피아적 망상일 뿐이라는 문제가 있다. 현재 블록체인은 분명히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에서 기대의 정점에 있다.

그러니 블록체인, 비트코인, 그리고 다른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다른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라. 그들은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금융 서비스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피땀흘려 일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진 못하겠지만, 더 현명한 투자자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