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민의 블록비즈] TPS, 더 넓은 관점으로 생각하라
[유성민의 블록비즈] TPS, 더 넓은 관점으로 생각하라
  • 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 승인 2019.03.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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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블록체인 시험 인증] 공인 평가기준이 없는 블록체인 산업

블록체인 사업계획서를 쓸 때마다 쓰기에 항상 모호한 부분이 바로 ‘초당 거래 처리 속도 (TPS)’다. 블록체인 기술 성숙도를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TPS를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 물론 사업계획서에 이를 반드시 적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필자만 겪는 건 아닌 것 같다. 블록체인 종사자라면 사업계획서를 쓸 때마다 겪게 되는 것 중 하나로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 필자처럼 TPS의 의미성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실제로 일부 블록체인 전문가는 TPS를 ‘기술 성숙도를 나타내는 정량적 목표’로 삼는 것에 회의적이다.

 

TPS에 회의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TPS의 공통된 측정 기준이 없다. 두 번째 이유는 TPS만을 블록체인의 기술 성숙도로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하기에는 모호하다. 이에 대해 각각 살펴보자.

 

블록체인 기술 개발 목표로 ‘TPS’가 자주 제시된다 (그림출처: PxHere).
블록체인 기술 개발 목표로 ‘TPS’가 자주 제시된다 (그림출처: PxHere).

 

블록체인 기술 평가의 한계점

TPS는 초당 발생하는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 건수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지표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TPS는 하드웨어의 영향을 받는다. 더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에서 평가하면, TPS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일관된 사양을 가진 하드웨어에서 성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조건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TPS는 블록의 크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블록체인에서 블록과 TPS는 서로 반비례한다. 파일 다운로드를 예로 들어보자. 파일 용량이 크면 다운로드 시간은 늘어난다. 이는 블록체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블록이 크다는 것은 보내야 할 트랜잭션 크기가 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주고받는 시간은 블록 크기가 증가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TPS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블록체인 TPS 측정 방법은 두 가지 이유로 일관성이 없다. 실제로 블록체인 TPS를 조사해 보면, 성능이 제각각이다. 하이퍼레저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곳은 하이퍼레저를 100TPS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곳은 수천 대의 TPS로 평가하기도 한다. 동일 블록체인 플랫폼인데도 성능이 다른 것이다.

 

어떤 블록체인 회사는 자사의 플랫폼의 우위성을 TPS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곳보다 TPS가 빠르다고 해서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평가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 방법이 제시돼 있으면 어느 정도 믿음이 간다. 그런데 평가 방법까지 제시하면서 TPS를 제시하는 곳은 잘 없다.

 

 

TPS는 블록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림출처: Pixabay).
TPS는 블록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림출처: Pixabay).

두 번째 문제로는 TPS가 블록체인 기술 수준을 대표하는 평가 항목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TPS는 네트워크 처리 속도를 나태 내는 지표 중 하나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는 네트워크 처리 속도가 핵심일까?

 

블록체인의 비즈니스 가치를 생각해보자. 블록체인은 데이터 공유를 기반으로 ‘투명성’을 비즈니스 가치로 제공한다.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서는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어울려져 ‘신뢰성’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서는 ‘탈중앙’의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한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네트워크 처리 속도’로 대표로 내세우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블록체인에서 TPS가 중요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비트코인 때문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TPS는 매우 낮다. 비트코인은 10TPS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비트코인에서 10분에 1번 거래가 처리되는 속도이다. 1세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의 TPS가 느리다 보니,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TPS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TPS가 자연스럽게 강조됐을 것이고, 블록체인의 기술 수준을 대표하는 성능 지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1세대 블록체인 ‘비트코인’ 문제로 낮은 TPS가 종종 언급되곤 했다 (그림출처: Pixabay).
1세대 블록체인 ‘비트코인’ 문제로 낮은 TPS가 종종 언급됐다 (그림출처: Pixabay).

 

공인된 블록체인 기술 평가 지침 필요

블록체인 평가의 두 가지 문제는 두 가지 필요사항 도출로 연결된다. 일관화된 평가방법과 평가지표의 다양화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인 셈이다. 다시 말해, TPS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평가 환경 지침이 필요하다. 이는 TPS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에 제시될 모든 평가 항목에 해당한다.

 

그리고 블록체인 평가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TPS만이 절대 블록체인 평가 항목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TPS 외에도 평가해야 할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합의 알고리즘’을 살펴보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합의 알고리즘 평가 지표로 ‘분산화’, ‘확장성’ 그리고 ‘보안성’을 제시한 바 있다. 참고로 비탈릭은 더 나아가서 세 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삼도 논법’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블록체인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안성, 신뢰성 등에 관한 지침이 필요하다. 참고로 여기서 보안은 블록체인의 보안 취약점을 의미하면, 신뢰성은 기능의 동작 여부를 의미한다.

 

올해 2월 이더리움 재단은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애초 계획일은 작년 11월이었으나, 일정이 두 번 변경되어 올해 2월까지 밀린 것이다. 이더리움 재단이 계획을 변경한 이유는 이더리움의 보안성과 신뢰성 때문이다. 당시 이더리움 콘스탄티노플의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는 ‘체인 시큐리티(Chain Security)’가 해당 블록체인의 취약점을 발견했고, 이에 따라 일정이 연기됐다. 콘스탄티노플 일정 연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TPS이외의 지표인 보안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평가에 필요사항을 알아봤다. 그런데 이러한 지침이 세워지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신력 있는 평가 인증서가 필요하다. 특정 기관이 지침을 만들더라도, 블록체인 기업이 안 지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는데, 공신력 있는 평가 인증서를 만들어 기업이 이를 따라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블록체인 평가 표준

다행스럽게도 블록체인의 표준 평가 기준 정립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블록체인 기술의 평가 지표를 발표한 바 있다. 경제산업성은 ‘품질’, ‘보수 및 운용’ 그리고 ‘비용’이라는 대 항목을 뒀고, 그 밑에 32개의 평가 소항목을 뒀다. 지난 3월 IBM은 평가항목은 아니지만, 블록체인을 위한 보안 점검 툴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툴이 평가 표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블록체인 회사는 점검 툴을 통해 정형화된 보안성 평가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학회는 작년 11월에 ‘블록체인 분석평가 기준 가이드라인 2.0 버전’을 소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다른 점은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수행 조직 또한 평가 항목에 반영한 점이다.

 

한국 블록체인 학회는 ‘토큰구조평가’, ‘비즈니스 모델 평가’, ‘조직 평가’ 그리고 ‘기술 평가’로 평가 영역을 분류했고, 영역별로 7개 항목에서 16개의 평가 항목을 두었다.

 

공신력 있는 블록체인 평가 지침이 나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침은 블록체인을 단순히 올바르게만 평가하게 하지 않는다. 기술 발전 방향에도 지침을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업이 지표에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장에 적합한 기술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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