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의 ICO 가이드라인 딜레마
미국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의 ICO 가이드라인 딜레마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4.06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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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공개(ICO)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것을 둘러싹 규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점에서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가 하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SEC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5일(현지시간) 포춘에 따르면 SEC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미국에서 ICO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암호화폐 회사들에게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 유명 변호사는 "SEC는 확실히 암호화폐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겉으로는 SEC를 의식,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실제로는 불만이 큰 것이 현장의 분위기라는 것. 이 변호사는 워싱턴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변호사지만 SEC의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로 익명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SEC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블록체인 기반 토큰들이 다른 자산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작은 스타트업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하려 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13페이지짜리 문서로 된 SEC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상당수 ICO는 증권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법 적용을 받을 경우 ICO를 추진하는 회사는 미리 등록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며칠전 미국에선 SEC로부터 증권이 아닌 ICO라는 공식 확인을 받은 첫 프로젝트도 나왔다. 

비즈니스 여행 스타트업 턴키젯이 주인공. SEC는 턴키젯이 ICO 기간에 발행하려는 TKJ 토큰에 대해 증권이 아니라는 무제재확인서(no-action letter)를 발급했다. TKJ 토큰은 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인증해 준 것이었다. 이에 따라 턴키젯은 고객들에게 TKJ 토큰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SEC가 TKJ 토큰을 증권이 아니라고 본 배경은 다음과 같다.  턴키젯 플랫폼이 TKJ 토큰이 판매되는 시점에 이미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 토큰을 팔아 확보한 자금이 플랫폼 개발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TKJ 토큰이 잠재적인 이익이 아니라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활용에 마케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점도 SEC가 증권이 아닌 것으로 본 이유 중 하나였다.  TKJ 토큰은 턴키젯 고객들이 여행과 전용기를 예약하는 데만 사용된다.

TKJ 판매 기간 토큰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된다는 것도 고려 대상이었다. 각각의 TKJ 토큰은 서비스 안에서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재구매는 토큰에 대한 할인 개념으로서만 가능하다. 

토큰 사용이 TKJ 월렛으로 제한되고 외부 지갑에서 턴키젯 플랫폼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점도 SEC가 증권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TKJ 토큰은 턴키젯 플랫폼 밖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TKJ 토큰은 증권이 아니라는 확답을 받기까지 11개월 가량 소요됐다.

증권법 적용을 받지 않고 ICO를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쿨리는 턴키젯 토큰을 시내 전차 토큰으로까지 비유했다고 포춘은 전했다.

포춘에 따르면 SEC 가이드라인에 비판적인 이들은 턴키젯에 부과한 것 같은 제약은 토큰 프로젝트들이 호소하는 것들을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포춘은 "지지자들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추적 가능한 공개 토큰 판매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며 외부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토큰을 위한 중요한 2차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EC 가이드라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탈중앙화된 프로젝트여서 증권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주체가 상대적으로 분명한 ICO의 경우 증권법을 따라야 할 가능성이 높다.

SEC는 지난해부터 다수의 ICO가 증권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럼에도 이번 가이드라인은 관련 업계에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건 루이스의 앨버트 렁 변호사는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미국을 떠나 ICO를 더 잘 허가해주는 몰타나 스위스에서 사업을 시작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렁 변호사는 SEC가 잘못했다고 하는 건 아니다. 광범위한 사기를 감안했을때 SEC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적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SEC 가이드라인 등장으로 ICO가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면서 레귤레이션 A+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레귤레이션 A+는 전통적 IPO의 대안으로, 규모가 작고 설립 초기에 있는 회사들이 대형 투자은행에 주간 업무를 맡기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 방식이다. 5000만달러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회사들이 활용할 수 있다.

앨버트 렁 변호사에 따르면 한 회사가 이미 토큰 판매를 위해 레귤레이션 A+ 방식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최소한 십여개 회사가 레귤레이션 A+를 사용해 자금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레귤레이션 A+가 의미있는 대안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SEC 허가를 받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분야에서 이같은 상황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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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 #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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