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의 창] 비트코인SV 상폐와 암호화폐 거래소
[장윤옥의 창] 비트코인SV 상폐와 암호화폐 거래소
  • 장윤옥 기자
  • 승인 2019.04.2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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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장윤옥 더비체인 대표

최근 유력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비트코인SV란 암호화폐의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화제다. 바이낸스는 지난 15‘비트코인SV가 자신들이 기대하는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사용자 보호를 위해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낸스의 이같은 조치에 약속이라도 한 듯 크라켄 등 다른 주요 거래소들도 거래 중지에 동참했다.

문제의 발단은 비트코인SV 진영의 리더 격인 크레이그 라이트였다. 비트코인SV는 비트코인에서 분기한 암호화폐중 하나로 크레이그 라이트는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그를 사기꾼이라며 공격의 선봉에 선 이는 바로 호들러넛(Hodlonaut)’이란 아이디의 소유자였다.

호들러넛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크레이그 라이트는 그의 정체를 알려주면 5000달러에 상당하는 암호화폐를 주겠다며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이 같은 행동이 도리어 커뮤니티의 반발을 샀다. 암호화폐 업계의 많은 주요 인사들이 크레이그 라이트의 비난에 동참했고 비트코인SV의 상장을 폐지하라는 ‘#DelistBSV’란 해시태그가 번졌다.

이 쯤 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바이낸스를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의 상장 폐지 결정은 사필귀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을 흐리는 크레이그 라이트란 미꾸라지를 보기 좋게 징계한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바이낸스의 이번 상장폐지 결정은 CEO인 창펑 자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창펑 자오는 이번 거래 중지 이전에 이미 트위터를 통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었다. ‘#DelistBSV’란 해시 태그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바이낸스는 거래 중지를 결정하면서 크라켄처럼 트위터를 통한 투표조차 하지 않았다.

 

 

탈중앙화를 추구하는(비록 아무도 완벽히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에서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키는 게 맞는 것일까? 크레이크 라이트 개인의 응징을 위해 비트코인SV의 목적과 생태계를 지지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올바른 결정일까? 반대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망치고 교란시키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합당할 것인가?

많은 질문에 한꺼번에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려면 이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암호화폐거래소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거래소가 생겨나는 것에 비례해 대형 거래소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떤 거래소에 등록돼 거래되느냐가 프로젝트의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거래소가 더 많은 책임감과 공정성,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거래소의 꼼꼼한 검증을 통과한 건강한 프로젝트만을 거래하고 그런 프로젝트가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호화폐거래소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새로운 권력이 되기를 바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거래소의 등록과 거래, 폐지 등 어떤 기준과 절차를 통해 관리가 이뤄져야 할지 좀 더 구체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시기다.

장윤옥 더비체인 대표 ceres@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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