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상장폐지, 법적 문제는 없을까?
암호화폐거래소 상장폐지, 법적 문제는 없을까?
  • 이진영 변호사
  • 승인 2019.05.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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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와의 계약에 따른 상장은 이의 제기 가능

법률적 지위에 맞게 구체적인 표준약관 만들어야
캐나다 암호화폐거래소인 쿼드리가CX의 CEO 사망사건이 횡령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가 국내 발행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한 경우 발생할 법적 문제에 대해 살펴볼 때가 됐다. 

 

지난달 바이낸스는 비트코인SV를 상장폐지 했다. 바이낸스는 비트코인SV 뿐만 아니라 센트라(CTR) 등 여러 암호화폐에 대해 상장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장폐지한 바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가 특정 암호화폐를 상장했다가 임의로 상장폐지 해도 법적 문제가 없을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나 바이낸스 같은 외국 거래소가 국내 발행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한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볼 때가 됐다.

 

암호화폐 상장폐지에 관해 아직 법률이나 법적 이론이 정립돼 있지 않지만 가장 가깝게 비교할 수 있는 사례가 증권이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제390조는 ‘거래소는 증권상장규정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상장규정에는 증권의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등 시장 별로 상장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의 상장과 상장폐지에 관한 법적 성격은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그 유가증권시장에 유가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2009. 2 한국거래소로 통합 변경)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 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고, 상장회사의 신청이 없는 상태에서의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의한 상장폐지 내지 상장폐지 결정은 그러한 사법상의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라고 하고 있다. 즉, 증권 상장은 사법상의 계약이고, 상장 폐지는 앞의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거래소의 일방적 의사표시, 즉 계약해지의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상장규정은 법규 명령이 아닌 자치규정이고 상장 계약은 계약의 한 당사자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한국거래소)가 상장 계약을 위해 일정한 형식에 따라 마련한 계약의 내용, 즉 약관의 성격을 갖는다고 봤다. 또한, 약관이면서도 법률을 근거로 했고 모든 상장 법인이나 상장을 신청하는 법인에 적용되므로 실질적으로는 규범력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과거 충남방적이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에 대한 상장폐지결정무효확인청구사건에서 “상장 규정의 특정 조항이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남으로써 정의 관념에 반한다거나 다른 법률이 보장하는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함으로써 그 법률의 입법 목적이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조항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고 판시한 바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7대 보안정책을 발표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br>
바이낸스의 경우 비트코인SV를 상장 폐지한 이유가 상장 요건인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 기여’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는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금융투자상품(증권)으로 보지 않고 있고, 자본시장법 해석상으로도 금융투자상품(증권)으로 해석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도 없고, 한국거래소가 제정한 상장 규정이 적용될 여지도 없다. 그렇지만 위 상장 규정과 상장폐지 무효에 대한 법리는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의 상장은 증권과는 다르게 2가지 유형을 띠고 있다. 첫째는, 거래소가 특정 암호화폐를 임의로 상장하는 경우고 두 번째는 거래소가 해당 암호화폐 발행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상장하는 경우다.

 

첫 번째의 경우는 탈중앙화 플랫폼으로서 소스코드와 API 등이 공개되어 있는 점을 이용해 특정 코인을 임의로 상장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경우 사토시나 비탈릭과 계약을 하거나 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재단 등과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다.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계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무 관리적 성격으로 볼 여지가 있고특별한 사정으로 법률적 이해관계가 생기지 않았다면 상장폐지와 관련한 법률적 다툼이 생길 소지는 적다. 다만, 상장 계약이 없었던 코인이라도 일방적으로 상장 폐지한다면, 그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을 갖고 있는 이용자의 이익과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는 있다. 즉, 해당 코인의 출금이나 출금수수료 등에서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것.

 

사실 상장폐지와 관련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의 경우다. 최근 거래소는 신생 암호화폐에 대해 암호화폐발행사(재단)와 계약을 맺고 상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상장수수료나 마케팅 수수료 명목으로 상당한 돈이나 암호화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상장 계약은 당연히 사법상 계약의 성격을 가진다. 거래소의 상장 규약이나 상장 계약의 내용이 해당 거래소에 상장하는 암호화폐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면 대법원이 상장 규정을 약관으로 봤던 것처럼 약관의 성질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암호화폐 거래량 폭증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nbsp;
상장계약서의 종료 조항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해당 암호화폐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거래소의 상장규약이나 상장계약서에는 종료(Termination)조항이 있는데, 법적으로는 계약해지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에 기재된 사유에 해당하면 거래소는 일방적 의사표시로 해당 암호화폐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거래소가 규정하고 있는 계약 종료나 계약 해지 사유는 통일되어 있지 않고 암호화폐의 상장폐지 이유로서의 합리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또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조항도 있다. 바이낸스의 경우 비트코인SV를 상장 폐지한 이유가 상장 요건인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 기여’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이유라면 이는 대단히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어서 구체적으로 상장폐지에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비트코인SV가 상장 계약을 하고 상장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장 규약이나 상장계약서가 약관의 지위를 갖는다면 계약해지 즉, 상장폐지 사유 중에는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가 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 폐지를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상장수수료까지 지급했던 암호화폐발행사(재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증권상장 규정상 특정 상장폐지사유에 대해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무효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상장폐지무효 청구는 발행회사(재단)뿐만 아니라 투자자(해당거래소 이용자)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법률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이나 상장폐지와 관련하여서는 현재 법령이 제정되어 있지 않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협회 등이 자율적으로 상장폐지 사유를 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이를 표준 약관으로 만들어야 법률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영변호사
이진영변호사

 

이진영 법무법인정세  파트너변호사

고려대 법학과, 사법고시 42회, 연수원32기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
대한변협 IT, 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
블로거 '이진영 변호사의 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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