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탈중앙화보다..토큰의 높은 사용성”
“중요한 건 탈중앙화보다..토큰의 높은 사용성”
  • 김동혁 스팀헌트 공동창업자
  • 승인 2019.05.24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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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핵심은 믿어야 할 주체가 없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다는 역설에서 시작된다. 

'믿어야 할 주체가 없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다'는 역설에서 블록체인의 핵심이 시작된다. 현실적으로는 거래소, 웹사이트, 지갑앱 개발사, 통신사 등 믿어야 할 주제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대체로 믿을만한 곳들이 있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전송해도 중간에서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믿음 :결국 금이든 집이든 토큰이든 모든 가치는 사람들이 그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정의를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프로젝트 개발에 있어서도 탈중앙화가 충분히 돼 있는 것은 논외로 하고 한 회사가 모든 개발을 책임지는 일반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한정하겠다. 

토큰의 가치에 대한 믿음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활용성 (Utility): 1 레몬토큰으로 레몬 1개를 사 먹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1 레몬토큰은 최소 레몬 1개의 가치가 생긴다.

- 가치 상승에 따른 기대감(Security): 위에서 말한 레몬토큰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든 레몬을 사먹을 수 있는 레몬토큰을 보유하기를 원할 것이다. 모든 레몬 가게들이 레몬토큰 결제를 지원한다면 총 발행량이 정해져 있는 레몬토큰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0.01 레몬토큰만으로도 레몬 1개와 교환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결국 저 2가지는 모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팀, 즉 ‘회사’ 또는 더 깊게 내려가면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귀결된다. 

프로젝트팀이 레몬 가게를 찾아다니며 제휴를 맺고, 결제를 쉽게 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는 과정 없이는 활용성이든 가치 상승이든 결국 불가능하다. (물론 단기적인 가치 상승은 선전/선동만으로도 가능하기는 하다)

현재 스팀엔진 프로젝트에 커뮤니티가 열광하는 것도 스팀몬스터를 비롯해 엄청난 추진력과 실행력을 보여준 스팀엔진 팀에 대한 ‘믿음’ 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이용자의 글에서처럼 스팀엔진팀이 어느날 우울증에 걸려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면 스팀토큰은 전부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토큰 전송이 불가능해지고 스팀 코인판 같은 사이트들도 작동을 멈출 것이다. 

페이스북은 10억명 이상이 사용하지만 페이스북크레딧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토큰 이코노미
사실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과 상관없이 예전부터 있던 개념이다. 리니지 게임의 아데나 같은 가상화폐도 커뮤니티 내에서 활용성이 있고 국내에서는 현금으로 판매도 할 수 있다. 수요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오른다. 

하지만 리니지처럼 수백만의 이용자가 있는 게임이라 해도 그 게임의 가상화폐로 동네 식당에서 밥을 사먹거나, 외국에 가서 환전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페이스북 급으로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랫폼도 ‘페이스북 크레딧’ 프로젝트가 실패했다. 그리고 이제 페이스북은 다시 블록체인 기반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왜 블록체인인가?
왜 블록체인인가 하는 질문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발표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어떤 사람들은 블록체인의 탈중앙성, 불가역성, 투명성 등의 본질적인 특징들을 거론하며 본인이 하려는 프로젝트는 이런저런 부분이 중요한 영역이라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써도 여전히 많은 곳에 의존해야 하고 신뢰해야 하는 중간자들(middleman, 미들맨)이 있으므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 모든 중간자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결국엔 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토큰의 가치가 생기지 않고, 가치가 없는 토큰으로는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필자는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가 탈중앙성, 불가역성, 투명성 등의 블록체인의 ‘특징’에 기반해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는 토큰 이코노미의 효율성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는 프로토콜들(ERC-20, SMT 등)과 전 세계에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생긴 덕분에 이제는 일개 회사가 찍어내는 토큰들이 현금과 비슷한 높은 유동성과 환금성을 갖게 됐다.

ERC-20으로 토큰을 발행하면 앱스토어의 수많은 지갑 앱에서 바로 지원되고 거래소에 상장되면 비트코인 등 더 범용적인 암호화폐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곧) 전 세계 어디에서나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다.

‘일개 작은 회사가 발행한 토큰을 가지고도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실 수 있게 된다는 것.' 이것이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고 미래 산업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월드 도토리가 전 세계 거래소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며,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사마실 수 있다고 하면 싸이월드는 도토리 하나만으로도 훨씬 더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수조 원을 투자하여 리브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라고 본다.

예전에는 페이스북처럼 독점적인 플랫폼에서도 할 수 없었던 사업을 이제는 블록체인 산업이 만들어놓은 인프라를 사용해 작은 스타트업에서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 
1년 넘게 스팀헌트 프로젝트를 하면서, 또 요즘 스팀엔진 토큰들의 수요를 보며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됐다.

사람들은 사실 블록체인이든 말든, 중앙화든 탈중앙화든 신경 쓰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상’, 또는 이 토큰을 홀딩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중요할 뿐이다. (물론 탈중앙성, 투명성 등의 특징이 리스크를 낮춰주기 때문에 기대수익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정량적으로 측정되지 않는 지표기 때문에 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본다)

열심히 비디오를 올리는 유튜버들도 대부분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다. 유튜브가 수익성이 가장 좋으니까 유튜브로 몰리는 것이다. 만약 더 많이 벌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그쪽으로 옮겨 가는 게 당연하다.

결국 일반적인 이용자들은 블록체인이든 아니든, 탈중앙이든 아니든, 토큰이든 실제 돈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첫째로 ‘어디에서 더 많이 벌 수 있나’, 둘째로는 ‘받은 걸로 오늘 치킨 사먹을 수 있나’가 더 중요한 것이다.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를 적절히 활용하면 전통적인 법정화폐가 오가는 플랫폼과 비교해 2가지 장점이 있다.

첫번째와 관련해서는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원가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 이코노미가 유리하고 두 번째와 관련해서는 플랫폼에서 회계처리 등의 이슈로 송금이 가능한 국가가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프로젝트의 경우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프로젝트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다른 케이스도 많겠지만 수많은 분야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동혁 스팀헌트 공동 창업자

  위치기반 소셜미디어 바크(Bark) 공동 창립자

  캐쥬얼스텝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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