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생태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라
협력 생태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라
  • 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 승인 2019.06.10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BM이 블록체인을 직접 개발하지 않은 이유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그림출처: Flickr).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그림출처: Flickr).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는 ‘하이퍼레저’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퍼레저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오픈소스 프로젝트 협력 기관이다.

 

2019년 5월 기준으로 270여개가 넘는 기관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70여 곳의 국가에서 6만 여명이 160개 이상의 밋업을 진행하고 있다. 12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1.0 버전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한 과제는 3곳이다. 패브릭(Fabric), 소투스(Sawtooth), 아이로라(Irora) 등이 이에 해당한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대세로 떠오를 만큼 규모가 크다.

 

이 프로젝는 리눅스 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IBM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IBM은 하이퍼레저에 50%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하이퍼레저를 제안한 것도 IBM이라는 사실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인텔도 포함된다. IBM과 인텔은 하이퍼레저가 구성되기 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두 기업은 블록체인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리눅스 재단을 통해 개발하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하이퍼레저이다. 참고로 패브릭은 IBM이 주도했고, 소투스는 인텔이 주도했다.

 

왜 IBM은 블록체인을 직접 개발하지 않았을까? 리눅스 재단과 협력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이에 관한 답이 블록체인 진출 전략과 연관이 직접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럼 IBM이 리눅스 재단과 손잡은 배경을 알아보자.

 

생태계 조성이 블록체인 사업의 성공 요인

 

IBM이 리눅스 재단과 손을 잡고 블록체인을 개발한 이유는 블록체인 특성 때문이다. 우선 블록체인 특성을 정의해보자.

블록체인은 합의 알고리즘에 의해서 동작한다. 이는 블록체인이 탈중앙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합의 알고리즘은 중앙 기관이 아닌 참여자(혹은 노드)의 합의에 따라서 자체적으로 운영되게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다수가 모여서 형성하는 형태를 가진다. 다시 말해, 최소 두 노드가 있어야 블록체인을 형성할 수 있다. 한 개 노드만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있다고 해보자. 합의 알고리즘 자체가 필요 없다. 합의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팀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2명의 팀원이 있어야 하는데 팀원이 한 명이라면 협력하거나 합의할 대상이 없다. 팀워크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성이 IBM이 자체 개발하는 것을 지양하게 했다. 첫째는 IBM이 중앙 기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을 지향하는 데 IBM이 블록체인을 개발하여 하이퍼레저와 같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보자. 하이퍼레저는 실패했을 것이다.

 

IBM은 개인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이 탈중앙을 지향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한다면 대표성도 없을뿐더러, 블록체인의 특성을 왜곡시킨다.

 

둘째는 생태계 구축의 어려움이다. IBM이 자체적으로 블록체인을 개발했다면, 블록체인 산업은 글로벌 기업의 춘추전국시대로 이뤄졌을 것이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플랫폼 또한 여러 기업에 의해서 자체 개발됐을 것이다. 다시 말해, 프라이빗 블록체인 산업이 하이퍼레저로 묶일 수 있었던 이유는 대표성을 가진 리눅스 재단이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리눅스 재단은 비영리 기관이다. 블록체인을 운영해도 탈중앙의 특성을 훼손할 우려가 적다. 아울러, 대표성도 가진다. 리눅스 재단은 IT 분야의 비영리 기관으로서 권위성과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 MS 등은 블록체인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하이퍼레저라는 플랫폼을 대신 제공하고 있다.

 

하이퍼레저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하이퍼레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블록체인 산업은 협력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루기 위한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컨소시엄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전에 블록체인은 퍼블릭, 컨소시엄, 프라이빗 세 개의 유형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는 항상 다수의 참여자가 있어야 하고 서로 합의를 해야 한다. 퍼블릭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고, 프라이빗은 제한된 참여자만 블록체인에 속할 수 있는 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럼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어디에 속할까?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기관이 참여해 있는 형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전혀 다른 점이 없다. 프라이빗에서 또한 제한된 참여자가 서로 협력 형태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부터는 블록체인 유형을 허가형(Permissioned)과 비허가형(Permisonless)으로 나누고 있다. 작년 초에 필자도 이러한 개념을 처음 접했는데, 블록체인을 이러한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였다.

 

협력 생태계를 고려하라

협력 생태계는 블록체인 시장 진입을 위해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처럼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 간에 협력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이다. 생태계를 처음부터 주도해서 만들어나가거나, 만들어진 생태계에 참여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이러한 전략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 코다(Corda)의 경우 R3CeV 기관에서 개발한 블록체으로 금융 시장을 주로 목표로 한다.

 

탄생 배경은 하이퍼레저와 유사하다. 다수의 금융 기관은 국제은행간 통신협정(SWIFT)을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었고, 이러한 방안을 블록체인에서 찾았다. 블록체인은 탈중앙 방식으로 특정 기관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 금융 기관이 블록체인을 운영하게 되면, 금융 거래상의 권력이 해당 기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어지므로 따라서 금융 기관은 리눅스 재단처럼 대표성을 지닌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R3CEV가 등장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컨소시엄 기관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생겨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이더리움연합(EEA), 자동차 블록체인 협력 기관(MOBI), 블록체인 보험 협회(B3i), 유럽 은행간 블록체인 연합(we.trade) 등이 있다.

블록체인은 다른 기술과 달리 ‘협력’이라는 핵심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시장 진출 전략에서는 협력 생태계 부분을 꼭 고려해야 한다.

 

협력은 블록체인 시장 진출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이다 (그림출처Pixabay).
협력은 블록체인 시장 진출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이다 (그림출처Pixabay).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