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리브라 포비아’
[한민옥 칼럼] ‘리브라 포비아’
  • 한민옥 기자
  • 승인 2019.07.16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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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내년에 발행하기로 한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가 글로벌 핫이슈로 떠올랐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는 물론 금융권과 정치권, 그리고 각국 정부까지 가세해 리브라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리브라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압도적으로 크다. 특히 각국 정부의 반응에서는 공포마저 느껴진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표하자마자 미국을 필두로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 하원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리브라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초래할 위험에 대해 조사한 뒤 프로젝트를 추진하라며 페이스북에 리브라 개발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 미국 상ㆍ하원은 16일부터 페이스북 리브라 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에 앞서 미국 하원은 대형 I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금지법(Keep Big Tech Out of Finance Act)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연 매출 250억 달러가 넘는 IT기업은 금융업에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대형 I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을 사실상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급기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리브라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이 은행이 되길 원한다면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은행 규칙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암호화폐 판 '화웨이 포비아', 일명 '리브라 포비아''다. 이런 리브라 포비아’는 영·프랑스 등 주요국은 물론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던 우리나라 정부도 움직였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8일 리브라의 특징과 구조를 분석하고 리브라 출시, 확산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작성한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보고서를 공개했다. 금융위가 암호화폐에 대해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이 보고서에서 리브라가 금융 위기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금융권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자금세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주요국과 같은 입장이다,

대체 리브라가 뭐길래 아직 제대로 된 실체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 정부가 이처럼 견제에 나선 것일까.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송금 및 결제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 발행하겠다는 암호화폐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개인 간 송금에 먼저 활용하고 이후 온오프라인 결제는 물론 뱅킹, 대출, 신용 거래 등 모든 금융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실상 정부나 중앙은행 통제 없이 유통되는 통화를 만들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역할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각국 정부, 특히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 입장에서 국가 통제 아래 있었던 통화 정책이 사기업 손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 자체를 굉장히 위험하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속내는 보다 복잡해진다. 과연 미국이 암호화폐를 필두로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을 모르고 리브라를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최근 행보는 오히려 암호화폐의 파급력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리브라를 규제하려는 진짜 이유는 뭘까. 화웨이 포비아에서 힌트를 찾자면, 미국은 중국 정부를 대신한 스파이로 화웨이를 단정짓지만 이보다는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 및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의 패권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반드시 5G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다른 나라가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리브라 포비아는 다가올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도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 정부가 그리는 큰 그림의 서막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차이가 있다면 화웨이가 중국 기업인 반면,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가 얼마든지 통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 미국 정부가 규제를 선언한 이상 페이스북은 암화화폐를 발행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규제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에서 또 다른 의미의 '리브라 포비라'가 퍼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민옥 기자 mohan@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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