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과거가 리브라의 미래 막은 미 청문회
페이스북의 과거가 리브라의 미래 막은 미 청문회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7.19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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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모두 민간 기업 주도 글로벌 디지털 화폐 리스크 우려
프라이버시 리스크 덮기엔 부족하다는 반응도 많아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와 관련해 상원에 이어 하원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의 거센 공격을 받자 당초 일정대로 내년에 리브라를 출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현 상황만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승인 속에 리브라를 공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론도 크다. 

의원들은 리브라 자체 보다는 리브라를 추진하는 페이스북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몇년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일련의 프라이비시 스캔들이 페이스북의 디지털 금융 시장 진입에 강력한 태클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페이스북의 과거가 페이스북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면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민간 기업 주도 디지털 화폐의 충격 좀더 따져봐야

외신들은 일부 긍정적이 의견이 있기는 했지만 의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가리지 않고 페이스북에 리브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민간 기업이 리브라 같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특정 국가는 물론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과 달리 달러 등 안전 자산과 연동된다며 미국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칠 위험은 적다고 강조했지만 비판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캐롤린 말로니 하원의원은 "화폐 발행은 핵심적인 정부 역할인 만큼 민주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기관이 해야 한다"면서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출시해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앤 와거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이 미국 달러의 위상을 침해하거나 글로벌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글로벌 코인을 선보일지에 의문을 표시하며 "2020년 출시 목표는 리브라가 국가 안보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 글로벌 사용자 프라이버시, 범죄 활동, 국제 인권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매우 무감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규제에 대한 구체적 수단도 부족"

리브라를 규제할 수 있는 수단도 현재로선 애매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브라가 직면한 도전은 글로벌 규제 당국의 회의론을 극복하는 것, 수십 년 된 규제를 어떻게 리브라에 적용할 수 있느냐로 좁혀진다.

각국 정부는 리브라급 프로젝트에 적용할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티모시 모사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은 "비트코인처럼 증권이 아닌 디지털 자산용 현금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실제로 갖고 있지 않으며 그것을 포괄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리브라를 실제 자산과 일대일로 가격이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하고 있다.
리브라는 실제 자산과 일대일로 가격이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로 서로 주고받을 수 있고,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투자 수단이 아니라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포함해 리브라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중앙은행 역할을 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특정 주와 연방 라이선스를 넘어서는 리브라에 적용할 규제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 제도는 자금세탁이나 불법 금융을 감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자산 거래나 자산 운용 위험에 대한 보호 방법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의 마이크 카프로 의원은 "리브라는 상대적으로 새롭고 계속 진화하는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어떻게 기존 법과 규제를 적용할지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주도해서 더 걱정" 지적도

페이스북 입장에서 이번 청문회는 최근 몇년간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스캔들의 휴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감한 계기였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페이스북을 집을 태우는 성냥으로 놀고 있는 어린이"에 비교하며 "(페이스북이) 반복적으로 소비자 프라이버시를 위반해 왔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담론을 무시하고 미국을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며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금융을 안전하게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을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플랫폼으로 바꾸려 시도하고 있지만 주변에선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많다. 

 

페이스북은 전세계적으로 27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선 전환점에 서 있다. 지금처럼 공개된 SNS가 아니라 메신저를 중심으로 한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신하려는 모습이다. 

이같은 변화는 페이스북으로 하여금 매출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반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타깃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렇지만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그동안 쌓아온 '불신'의 수위가 높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리브라를 차세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키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청문회에서 리브라를 대표해 나온 데이비드 마커스는 리브라 프로젝트는 페이스북 혼자가 아니라 27개 회사들이 참여하는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이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리브라 프로젝트의 대장은 페이스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는 부족해 보였다. 

이를 보여주듯 이번 청문회에선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쉐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에게 "정말로 사람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페이스북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 "그것은 망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소비자들이 리브라를 선호할 지도 확실치 않다.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인 브렌트 틸은 미국 소셜 미디어 사용자 600명을 상대로 리브라에 대해 조사했는데, 80%가 리브라를 사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답했다. 페이스북에 대한 신뢰 부족과 기존에 쓰고 있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 반응의 원인이라고 WSJ은 전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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