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비트코인에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는 더 이상 필요 없다?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8.2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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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없는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 논란 계속
창시자의 실체는 영원히 베일속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
베일에 쌓인 비트코인의 창시자를 둘러싸고 진위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또 등장했지만 '자기만 우긴 것에 가까운' 소동으로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최근 파키스탄 출신의 빌랄 칼리드(Bilal Khalid)가 며칠에 걸쳐 온라인에 이런저런 '증거물'들을 올리며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퍼포먼스를 펼치기 전이나 후나 역시 허풍(?)에 그칠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빌랄 칼리드는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증거로 비트코인 98만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 곳으로도 옮기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정적 한방, 다시 말해 당사자가 실제 사토시 나카모토만이 알고 있는 디지털 서명을 사용하는 장면은 연출하지 못했다. 

이메일 해킹과 하드디스크 오류로 프라이빗키를 분실했고, 98만BTC가 저장된 하드디스크는 수리업체의 실수로 포맷되어 사라졌다는 예상된 해명을 내놨다. 이런 저런 문서들도 공개했지만 그것들도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빌릴 칼리드라는 인물이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도 이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빌릴 칼리드라는 인물이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칼리드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임을 입증하겠다고 예고할 때부터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선 "사토시가 또 나왔군!"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뭔가 있으려 하는 반응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수는 지금까지 나왔던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들의 코스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위터 아이디 크립토배트맨을 쓰는 암호화폐 애호가 겸 투자자는 18일 사토시 나카모토 실체 공개가 예고됐을 당시 "그는 이름을 공개하겨 98만개의 비트코인을 왜 옮기지 않았으며 비트코인의 재탄생에 대한 비전을 공개할 것이다"고 미리 답을 내놨다.

비트코인 기반으로 개발된 라이트코인 창시자인 찰리 리도 "사토시 나카모토는 오픈소스, 무신뢰, 탈중앙화, 검열 저항성을 가진을 화폐를 수학과 암호학에 기반에 가져왔다"면서 "그가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길 원했다면 제네시스(비트코인 네트워크 최초 블록) 키로 메시지에 서명했을 것이다. 그렇게 못하는 것은 사기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꼬집었다. 

크립토 몽크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쓰는 비트코인 트레이더는 "칼리드가 사토시 나카모토라면 나는 XRP 맥시벌리스트가 되겠다"면서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칼리드에 앞서 지난 몇년 간 여러 명이 나와 자신이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지만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내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주장"은 때가 되면 한번씩 쏟아지는데, 증거는 내놓지 못하다보니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칼리드가 나오기 바로 직전에도 드보 위르겐 에티엔 귀도라는 벨기에 한 남성이 본인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고  비트코인SV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라이트의 경우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 논란과 관련해 법정 공방에 까지 휩싸여 있다. 

 

크레이그 라이트가 미국 저작권청에 비트코인 백서와 오리지널 코드에 대한 저자권을 등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 출신으로 비트코인SV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라이트도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몇년째 주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창시자는 온라인에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익명의 프로그래머다. 그는 암호학에 관심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이메일로 비트코인 구조를 보내고 몇달동안 피드백을 받은 후 사망한 프로그래머 할 피니와 함께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며칠 동안 피니와 연락하며 소프트웨어를 실험한 후 네트워크에 참가하여 거래하고 채굴하기 시작했다. 나카모토는 2010년 중반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하며 사라져 이후 소식이 끊겼고 할 피니는 2014년 사망했다. 

우연이듯, 의도된 것이든 비트코인은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베일속의 인물로 남아 있음으로써 완전히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프로젝트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더리움만 해도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갖는 존재감이 이더리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비트코인은 창시자가 사라짐으로써 창시자의 권위에서 자유로워졌고 주인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암호화폐의 대장주' 반열에 올라섰다.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여기에서 찾은 이들이 적지 않다.

사이페딘 아모스 레바논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에서 "이제 나카모토는 우리 곁에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에는 중심에서 발전 방향을 지시하거나 그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위자나 지도자가 없다. 나카모토와 밀접히 접촉했던 사람이자 비트코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빈 안드레센 조차도 비트코인의 진화 방향에 영향력을 다시 행사하는데는 실패했다. 안드레센은 비트코인 규모를 늘리려고 여러번 제안했지만 결국 노드 운영자를 끌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창시자가 사라짐으로써 탈중앙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선 사토시 나카모토는 앞으로도 영원히 베일속에 신비롭게 남겨져 있는 것이 낫다는 시선도 종종 엿보인다. 

리듬(Rhythm)이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쓰는 트레이더 겸 애널리스트는 칼리드발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 논란 이후 "사토시 나카모노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비트코인을 줬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큰 선물은 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모건 그릭 캐피털의 창립자로 대표적인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앤서니 폼플리아노(Anthony Pompliano)도 "우리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낫다"고 거들었다.

암호화폐 판에서 만든 사람이 누군지 정확하게 모르는게 비트코인 뿐만은 아니다. 프라이버시에 초점이 맞춰진 암호화폐 빔과 그린의 기반 기술인 밈블윔블 프로토콜도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누가 만들었는지가 베일속이다. 빔과 협력하고 있는 블록체인 분석 기업 SNEK의 차승훈 설립 파트너 "비트코인과 유사한 서사적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는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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