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홍콩서 ICO 추진 드러나...UN, 배후로 '줄리안 김' 지목
북한, 홍콩서 ICO 추진 드러나...UN, 배후로 '줄리안 김' 지목
  • 강진규 기자
  • 승인 2019.09.18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린체인 프로젝트로 선박 소유권 토큰화 추진
UN, 줄리안 김이 프로젝트 배후 조정한 것으로 분석
마린체인 플랫폼 로고

북한이 홍콩에서 선박 소유권을 디지털 자산화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외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법률자문, 블록체인 프로젝트 컨설팅을 받으며 암호화폐공개(ICO)를 추진하다가 적발됐다.  

1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작성한 대북제재 보고서에 북한의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담겼다. 대북제재 보고서에는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의혹이 수록됐는데, 이와 별개로 ICO 추진 사례도 포함됐다.

더비체인이 입수한 UN 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마린체인 플랫폼(Marine Chain Platform)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홍콩에 마린체인재단을 설립했다.

UN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선박의 소유권을 토큰화하고 선박을 통한 수익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개념이다. 전 세계에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선주들이 마린체인 플랫폼에서 참여해 선박 소유권을 디지털 자산화한 후 토큰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박 소유자는 부채를 줄이거나 새로운 선박 구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토큰을 구매하는 사람은 선박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받거나 선박 소유권으로서의 토큰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즉 선박 소유권을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주식처럼 사고 판다는 것이다. 

마린체인재단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이더리움 기반으로 마린체인토큰(MCT)을 발행하고 이더리움,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으로 MCT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MCT을 통한 초기 자금확보 목표는 2000만 달러(한화 230억 원)였다. 재단은 마린체인거래소를 설립, 운영해 선박 기반 토큰에 대한 중계 수수료로 이익을 창출할 방침이었다.

마린체인재단의 이같은 계획만으로는 일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다를 것이 없었다. 더구나 마린체인재단의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인 캡틴 조나단 풍 카켕(Captain Jonathan Foong Kah Keong)이었다.

그러나 UN은 조사결과 마린체인 프로젝트와 재단의 실제 소유주가 북한의 줄리안 김(Julien Kim)이라고 밝혔다. 줄리안 김은 토니 워커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UN 안보리 보고서에 나온 줄리안 김과 조나단 풍의 거래 관련 서류 내용

 

UN은 줄리안 김이 사실상 조나단 풍 CEO의 배후에서 마린체인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줄리안 김은 조나단 풍과 대리인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 배후에서 활동했다. 특히 조나단 풍 CEO는 자신의 싱가포르 금융계좌 등을 블록체인 프로젝트 자금 운영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UN에 따르면 금융제재를 받는 북한이 외국인을 대표로 내세우고 그의 금융계좌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UN은 앞선 보고서에서 조나단 풍 CEO를 북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로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UN 보고서에 따르면 조나단 풍 CEO도 줄리안 김의 정체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줄리안 김은 자신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며 스카이프(Skype)나 채팅 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다. 또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고 조나단 풍 CEO를 속였다. 줄리안 김은 프로젝트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나단 풍 CEO에게 전달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마린체인 프로젝트 CFO, CTO, CBA 선임도 

조나단 풍은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처럼 마린체인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프랑스 국적의 18년 경력의 금융 전문가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으며 포춘 500대 기업의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미국 IT 전문가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또 핀란드 국적의 최고운영책임자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홍콩 등에서 금융 부문에 17년 경력이 있는 독일 국적 컨설턴트도 고용했다. 또 핀테크,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등 분야에서 활동한 싱가포르 국적의 최고 블록체인설계책임자(CBA)도 선임했다.

조나단 풍 CEO와 주요 참여자들의 면면을 봐서는 전혀 북한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조나단 풍 CEO는 줄리안 김의 지시에 따라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았으며 홍콩 4개 법률팀으로부터 암호화폐 발행과 관련된 법규제에 관해 자문도 받았다.

하지만 줄리안 김이 잠적을 하면서 2018년 9월 마린체인재단은 문을 닫았다. 조나단 풍 CEO는 줄리안 김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조나단 풍 CEO는 일부 컨설팅, 운영 비용 등을 줄리안 김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현재 마린체인재단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UN 안보리는 북한 줄리안 김을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그를 추적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이번 보고서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 줄리안 김이 누구이고 어디 소속인지 또 그가 실존 인물인지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UN은 북한이 자금 확보보다는 자금세탁을 위해 ICO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UN 보고서는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암호화폐가 마린체인 프로젝트 설립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탈취한 암호화폐로 ICO를 진행하면서 자금세탁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추적 기술이 개발되고 실제 추적이 이뤄지면서 범죄자들이 자금세탁에 ICO를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불법으로 확보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ICO를 통해 새로운 토큰으로 바꾼 후 다시 토큰을 판매하는 방식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마린체인 프로젝트와 같은 ICO를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강진규 기자  viper@thebchain.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