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기존 결제 기술 안쓰고 리브라를 개발하나
페이스북은 왜 기존 결제 기술 안쓰고 리브라를 개발하나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09.26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 블로그서 효율성과 혁신성 강조

글로벌 송금 및 결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는 빨라야 내년에나 나올 수 있음에도 벌써부터 세계 각국 정부의 집중 견제에 휩싸였다.

 유럽연합(EU)를 이끄는 양대산맥인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이고, 페이스북의 홈그라운드인 미국 규제 당국과 의회에서도 리브라가 금융 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독일-프랑스 "페이스북 리브라 허용 안 해"...공동 성명 발표
양국은 공동 성명에서 "민간 주체는 통화와 관련한 힘을 주장할 수 없다. 그것은 국가 주권에 내재된 것"이라며 "리브라 프로젝트는 리스크가 적절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그동안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해 반복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주권 침해와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그는 유럽 EU 재무장관 회동 현장에서 "유럽은 리브라 개발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규제를 잘 따르면서, 리브라 네트워크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각국 정부 당국자들의 경계심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이 페이스북이 전통적인 결제 네트워크 대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해 리브라를 개발하는 배경과 기대 효과를 강조하는 글을 블로그를 통해  직접 공유했다. 정부 당국자들에 이어 대중들과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마커스 부사장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배경은 현재 나와 있는 시스템들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통화 네트워크는 폐쇄적인데다 상호 운용성도 떨어진다. ACH(Automated Clearing House)나 EPC(European Payments Council) 같은 지역 결제 네트워크들, 은행간 네트워크, 중앙은행 및 은행 네트워크 등 여러 시스템이 얽히고 설켜 있다.  이들 시스템 중 일부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개발됐다. 이후 업그레이드됐음에도 구식 구조에 파편화된 환경에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기반 인프라 측면에서도 기존 결제 네트워크는 문제 투성이다. 마커스 부사장은 "사용자들은 한 지갑내에선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다른 지갑들 간에는 그럴수 없다. 이들 시스템은 사일로화(siloed, 따로 떨어져 있다는 의미)돼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각각의 네트워크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에 제약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마커스 부사장은 이같은 상황을 SMTP와 같은 상호 운용성을 지원하는 오픈 표준이 없어서, 지메일에서 야후 메일로 이메일을 보낼 수 없는 것에 비유했다. 현재 결제 네트워크는 같은 회사 이메일 시스템으로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결제 네트워크에선 나라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마커스 부사장은 "A에서 B지점으로 돈을 옮기는 것은 관련된 중개자들을 필요로 하고, 때로는 B지점에서 소비자들이 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유동성 풀도 요구한다. 이것은 시간 지연은 물론이고 매단계마다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쉽게 설명하게 위해 마커스 부사장은 미국에 사는 앨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있는 봅에게 100달러를 보내는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앨리스는 칼리브라에 계정이 있고, 봅은 메르카도 파고 월렛을 이용하고 있다.

마커스 부사장은 "앨리스가 봅에게 돈을 보내려면 대리 은행(correspondent bank)이나 중개자들을 필요로 한다. 두 은행이 스위프트(SWIFT: 은행간 국제 송금 네트워크)망을 사용하는 경우, 거래를 완료하는데, 45~50달러가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용과 복잡성을 고려해 칼리브라와 메르카도 파고 간 차액 결제(net settlement: 주어진 기간이 끝나면 한쪽에서 다른 쪽에 대한 잔액을 정산하는 방식) 계약을 도입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겠지만 여기에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잠복해 있다는 것이 마커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마커스 부사장은 "기존의 단절된 결제 네트워크들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것은 시장에 보다 많은 혁신도 가져올 수 없을 뿐더러 최신 금융 서비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도 없다"면서 "리브라 프로젝트 디자인은 지갑들과 서비스들에 걸쳐 놀라운 비용으로 가치를 전송할 수 있게 한다.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정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 서비스들간 상호 운용성을 갖게 하는 SMTP 프로토콜처럼 리브라는 서비스 제공 업체들, 기관들,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자금 이동을 가능케 하는 프로토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체인저 될까?...'리브라'에 던지는 10가지 질문
투자자는 있어도 사용자는 거의 없는 암호화폐의 저변이 확대되는데 기여하는 것을 넘어 규제 아래 국경 없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페이스북의 등판은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페이스북 발표와 리브라 백서, 외신들의 분석을 근거로 리브라에 담긴 개념과 특징들을 요약해봤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