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빗썸은 누구 겁니까?'
[한민옥 칼럼] '빗썸은 누구 겁니까?'
  • 한민옥 기자
  • 승인 2019.10.22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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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출자 방식의 거미줄 지배 구조
매각 무산에도 대주주·경영진 공식 설명 없어
투명한 지배 구조·사업 방향 밝혀야

 

 

'빗썸은 누구 겁니까?’

블록체인 미디어의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받은 질문 중 하나다. 그리고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이 질문을 종종 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 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이하 빗썸)의 최대주주는 비티씨홀딩컴퍼니(이하 비티씨홀딩)다. 이 회사는 빗썸의 지분 75.9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이끄는 BK글로벌컨소시엄(이하 BK글로벌)이 비티씨홀딩이 보유한 빗썸의 지분 50%+1주를 4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인수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사실상 종료됐으니 최대주주는 여전히 비티씨홀딩이다.

장부 상으로 보면 예나 지금이나 빗썸의 주인은 명확하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빗썸의 주인을 모른다는 걸까?

문제는 복잡한 지배 구조에 있다비티씨홀딩에 이은 빗썸의 2, 3대 주주는 비덴트와 옴니텔로 각각 10.5%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3개사의 지분 관계는 여러 회사의 출자가 물고 물리는 순환 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비덴트는 비티씨홀딩의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으며, 비덴트는 옴니텔의 지분을 5.35% 갖고 있다.

여기에 비티씨홀딩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디에이에이와, 이 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이모씨 역시 비티씨홀딩의 지분 29%를 갖고 있다. 또 김재욱 비덴트 대표(전 빗썸 대표)는 비트갤럭시아의 지분 46.28%를 갖고 있는데, 이 회사는 다시 비덴트의 지분 13.58%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상우 이투데이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제이에스아이코리아는 위지트의 지분 10.94%를 보유하고 있으며, 위지트와 옴니텔은 상호 16.18%4.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마치 거미줄처럼 지분이 얽혀 있어 누가 빗썸을 실제 지배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빗썸의 깜깜이 지배구조는 매각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BK글로벌은 계약 당시 비티씨홀딩이 보유한 빗썸의 지분 50%+1주를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누구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황당하기는 인수 주체도 마찬가지였다. BK글로벌은 김병건 회장이 이끄는 것만 알려졌지 누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지는 오리무중이었다누가 누구의 지분을 어떻게 인수한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불투명한 매각 과정은 결국 사단이 났다. BK글로벌은 당초 올해 2월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할 예정이었으나 3월 말로 늦췄다가 다시 9월 말로 연기했다. 첫 번째 연기는 해외 송금 문제로, 두 번째는 빗썸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대 70%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협상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BK글로벌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BK글로벌은 끝내 인수대금을 완납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코스닥 상장사인 두올산업이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가 계획을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BK글로벌의 빗썸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시장에는 빗썸 매각 설이 난무하고 있다. 조윤형 코너스톤네트웍스 회장이 빗썸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거나, 빗썸 대주주들이 미국·중국 등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등 각종 소문이 줄을 잇고 있다. 매각 무산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두올산업과 비티씨홀딩 간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BK글로벌의 계약금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빗썸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말이 없다. 매각 무산이 빗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어떻게 빗썸을 운영할 것인지, 매각 계약 당시 밝혔던 계획들은 어떻게 되는지, 소문처럼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는 것인지 어떤 공식적인 설명도 없다. 매각 여부와 관계없이 빗썸의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는 홍보실의 답변이 전부다.

빗썸의 지속가능성이 시장에서 끊임없이 의심받는 이유이다. 빗썸은 일개 스타트업이 아니다스스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빗썸은 이미 암호화폐 업계의 대기업이자, 시장을 대표하는 거래소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생명은 누가 뭐래도 신뢰와 공정성이다.

더욱이 지금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를 고심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다.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의 불투명한 행보는 정부 정책 방향을 비롯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빗썸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암호화페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빗썸 대주주와 경영진은 더 늦기 전에 지배 구조를 투명화하고 사업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하길 바란다.

한민옥 기자 mohan@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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