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확산...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더 이상의 분리는 없다?
디파이 확산...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더 이상의 분리는 없다?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11.1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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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리랜드 리 "디파이 상호 의존성 커져 하드포크발 분리 가능성 희박"

2016년 더다오(The DAO) 해킹 사건 이후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정체성에 대한 선택에 직면했다. 해킹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하드포크(Hard Fork: 과거 버전과 호환되지 않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관련 거래를 무효화할지, 아니면 블록체인에 담긴 탈중앙성의 가치를 살려 상황을 그대로 놔둘지를 놓고 커뮤니티의 의견이 갈렸다.

충돌은 결국 네트워크 분리로 이어졌다.

하드포크를 지지한 쪽은 지금의 이더리움(ETH)이 됐고, 반대한 이들은 이더리움 클래식(ETC) 프로젝트로 활동 중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하드포크를 지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네트워크가 쪼개지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포크를 통한 네트워크 분리는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하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처럼 다양한 디앱 서비스들이 올라와 있는 플랫폼의 포크라면 특히 그렇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 연구 및 분석 업체인 드래곤플라이의 리랜드 리가 최근 미디엄 블로그에 쓴 글에서 하드포크를 통해 소수파가 분리되는 상황은 앞으로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끈다.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으로 활동하는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젝트들이 하드포크에 따른 네트워크 붕괴를 우려해 뭉칠 것이고, 이것이 다른 서비스들에도 영향을 미쳐 비주류 네트워크는 사실상 텅빈 플랫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디파이 서비스들 간 얽히고 얽힌 이해가 네트워크 분리를 막아주는 제동 장치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더 이상 2016년의 이더리움이 아니다.

당시만 해도 이더리움은 여전히 개념 검증 단계였고, 이더리움 클래식 진영은 플랫폼 진화 방향을 놓고 자신들이 보다 나은 버전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리랜드 리는 "이더리움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들 때문에 가치가 있다. 비트코인은 원장이 간단해 포크가 쉽지만 이더리움 시스템은 놀라울 만큼 복잡하다. 이더리움 애플리케이션들은 포크할 수 없는 구성요소들로 뒤얽혀 있어, 전체 시스템을 포크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소규모 포크도 사라질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선 디파이가 미래 이더리움 거버넌스 위기를 해결할 킹메이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개발자, 채굴자, 사용자 모두 확실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혼란은 디파이 간 연결이 풀리는 것에서 일어날 것이다"면서 "높은 수준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이 내년에 나오면 디파이는 포크로 인한 분리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리랜드 리는 차기 이더리움 업그레이드에 반영될 프로그(Prog) PoW를 놓고 이더리움 진영에서 의견이 나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프로그PoW는 ASIC(주문형 반도체) 기반 채굴을 차단하는 새로운 작업증명 알고리즘으로 ASIC를 활용하는 채굴자들의 영향력을 크게 축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상 시나리오에선 이더리움 진영이 DAO 사태 때처럼, 프로그PoW에 대해 찬성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눠진다.

디파이 서비스들 입장에선 이같은 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들 서비스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디에 줄설지 결정하기가 부담스러운 처지다.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클, 코인베이스 등의 주도로 설립된 센트레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USDC가 루비콘 강을 먼저 건너, 프로그PoW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프로그PoW 지원 네트워크에서 USDC가 더 이상 교환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가치가 아예 없어진다는 얘기다.

USDC의 행보를 지켜보던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리랜드 리는 "다른 디파이 운영자들은 USDC를 따를 것을 강요받게 된다. 이들은 USDC를 무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디파이가 너무 강하게 연결돼 있어 이를 끊으면 타격이 크므로 결국 USDC가 가는길을 따를 것이란 얘기다. 그는 "결합성이 모든 규칙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결합성(composability)은 이더리움 내에서 프로토콜들과 애플리케이션들이 서로의 장점과 속성을 레고 조각처럼 쉽게 섞어쓸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를 통해 서로 떨어져 있는 영역을 쉽게 결합할 수 있다. 리랜드 리가 디파이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한 것도 결합성을 강조한 메시지다.

USDC는 법정 화폐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 중 디파이에 가장 많이 묶여 있는(락업: Lock-up) 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USDC와 결별하는 카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리랜드 리의 생각이다.

그는 "테더나 트루USD 등이 USDC를 대체 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USDC와 얽혀 있는 정도를 감안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USDC에서 빠져오는 것은 대단히 도전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USDC로 조건이 정해진 대출이나 파생 상품은 빠르게 종료될 수 있고, 사람들이 이탈하고 USDC 포지션을 매각하려 한다면 USDC 가격은 폭락할 수도 있다. USDC 대부분이 대출되고 있는 컴파운드 같은 디파이 서비스에선 뱅크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파이쪽 입장이 정리되면 "웹사이트 및 인터페이스들, 블록 익스플로러, 지갑들도 결국 메이저 체인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리랜드 리는 "소수파로 구성된 체인은 텅빈 블록체인일 정도로 황폐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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