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아닌 사업자 규제는 어떻게?...갈길 먼 암호화폐 제도화
거래소가 아닌 사업자 규제는 어떻게?...갈길 먼 암호화폐 제도화
  • 정유림 기자
  • 승인 2019.12.02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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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개정안서 정의한 '가상자산 사업자'
거래소 외 지갑, 커스터디 등도 해당될 가능성↑... 신고제 요건 쟁점 부상
향후 시행령 제정시 디테일 마련 필요

암호화폐 거래 규제를 포함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까지 통과되면서 암호화폐 거래가 제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 법안만 놓고보면 애매모호한 점이 많아, 향후 시행령 등을 통해 디테일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암호화폐 관점에서 특금법 개정안은 원화 거래를 지원하려는 암호화폐 거래소들로 하여금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법안이 규제 대상 업체를 '가상자산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어 거래소 외 지갑이나 커스터디 등 암호화폐를 다루는 다른 영역의 기업들로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금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우선 암호화폐 거래소는 조건부 신고제로 바뀐다. 신고 자격 요건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을 받고 실명확인계좌 발급이 핵심. 현재 시점에선 이같은 요건에 부합하는 거래소들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뿐이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원화 거래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다른 거래소들에도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하는 것은 향후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 특금법은 일단 초반에는 4개 거래소들에 유리한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은 탈중앙화 거래소나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는 거래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아니지만 암호화폐를 다루는 회사들에게 어떻게 특금법이 적용될지도 벌써부터 이슈다.

특금법 개정안에는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지 않은 암호화폐(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암호화폐(가상자산)를 보관 또는 관리하는 곳도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거래소를 비롯해 암호화폐 지갑, 커스터디 회사 등도 원화 거래가 필요한 거래소와 유사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명확인계좌 발급은 원화 거래를 원하는 거래소 외 블록체인 업체들에겐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지갑이나 커스터디 등은 법정화폐(원화) 입출금을 직접 중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 대한 예외 조항이 시행령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특금법 개정안은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예외로 둘 수 있다고 했지만 시행령에서 이같은 상황이 반영될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이드라인에도 지갑, 커스터디 업체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ASP)에 포함된다는 내용은 있었는데 특금법 개정안이 이 내용을 가져오면서 추가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일부 업계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금법 개정안에는 법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는 데다 일단 법에 명시된 규정을 시행령에서 예외로 빼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정책적으로 이를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또 "이들 업체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이행 차원에서 이용자의 실명을 파악해 놓아야 한다고 하면 이는 실명계좌 발급을 통해서가 아닌 신원 확인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기 때문에 실명계좌 발급과는 별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금융 당국에서는 앞으로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도의 디테일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무위는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법률 개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 했고 금융위원회는 “하위 법규 마련 과정에서 업계, 민간 전문가 등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권단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내년에 있을 FATF 상호평가 결과를 염두에 두고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강력한 규제안에서 일부 조항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형태로 나름 양보한 것”이라면서도 “FATF가 제시한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에는 사업자들을 분류하는 유형과 종류가 명확히 나온데 반해 특금법 개정안이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업계가 거래소만이 아니라 커스터디, 디파이 등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블록체인 업계가 다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고려한 내용이 시행령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원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FATF에서는 지난 6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1년의 유예기간을 준다고 했고 금융위에서도 개정안이 공포된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한다고 해 통과만 되면 시행령을 구체화할 시간은 있다고 본다”면서 “예외 조항이 일단 마련되긴 했지만 시행령에 위임한 가상자산 사업자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실명확인계좌 발급은 어떤 사업자를 대상으로 할지는 향후 논의를 거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림 기자 2yclever@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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