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가 PoS 블록체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디파이가 PoS 블록체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 황치규 기자
  • 승인 2019.12.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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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하십 큐레시 매니징 파트너 "높은 대출 이자가 스테이킹 위협" 경고

대출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흐름이 지분증명(PoS) 합의 메커니즘에 기반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네트워크 보안을 뒤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 투자 전문 회사인 드래곤플라이캐피털의 하십 큐레시 매니징 파트너는 최근 회사 미디엄 블로그에 쓴 글에서 "컴파운드 같은 온체인(On-chain: 블록체인 상에서 합의 메커니즘을 거쳐 거래가 발생한다는 의미) 기반 대출 서비스가 제공하는 이자가 PoS 블록체인 스테이킹에 참여해 얻는 보상보다 클 경우, PoS 블록체인의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금이 PoS 블록체인에서 컴파운드, dYdX 같은 대출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하면, PoS의 근간인 스테이킹이 취약해지고, 시스템 보안도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십 큐레시 드래곤플라이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하십 큐레시 드래곤플라이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PoS 블록체인은 해당 플랫폼의 네이티브 토큰을 스테이킹(Staking: 위임)하는 방식으로 보안이 유지된다. 해시파워가 보안을 좌우하는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PoW) 기반 블록체인과는 다른 구조다.

테조스, 알고랜드, 코스모스 등 최근 나온 블록체인 플랫폼들 중 다수가 PoS에 기반하며, 내년에도 PoS 기반 새로운 블록체인들이 대거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세계 랭킹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도 PoW에서 PoS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분야에서 PoS가 갖는 존재감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PoS 블록체인은 스테이킹된 자산의 3분의 2 이상을 정직한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한, 안정성이 유지된다. 스테이킹된 암호화폐가 많을수록 보안은 더욱 튼튼해진다. 공격에 필요한 3분의 1 이상의 스테이킹을 확보하는 데 따른 비용과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3분의 1 이상의 스테이킹 점유율을 확보해 PoS 블록체인의 보안을 흔들려는 시도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하십 큐레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테이킹보다 많은 보상을 주는 다른 서비스로 스테이커(Staker: 스테이킹을 한 사람)들이 대거 옮겨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십 큐레시는 "PoS는 스테이킹에 대한 동기가 있어야 작동되고, 이에 대한 보상이 충분해야 스테이킹을 하려는 동기가 생긴다"면서 "스테이킹보다 나은 보상을 다른 곳에서 준다면 이성적인 스테이커들은 자산을 그 곳으로 옮길 것이다. 많은 자금이 스테이킹에서 이탈하면, 네트워크의 안정성도 약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킹을 위협할 유력 후보로 온체인 대출을 지목했다. 구조적으로 온체인 대출과 스테이킹과 일대일로 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십 큐레시는 건틀렛(Gauntlet)의 타룬 치트라(Tarun Chitra)가 쓴 '스테이킹과 온체인 대출 간 경쟁적인 평형'이란 논문을 인용했다.

이 논문은 경제적으로 이성적인 스테이커들이 있다고 가정하고, 온체인 대출이 PoS 스테이킹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분석했다. 또 비트코인 방식의 디플레이션 블록 보상(블록 생성에 따른 보상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에서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인 컴파운드에 보관된 이더(ETH)와 스테이킹된 이더가 시간이 가면서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블록 보상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더를 컴파운드로 리밸런싱(rebalanceing)하는 쪽을 택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이더 보유자들이 스테이킹을 하지만, 블록 보상이 줄어들면 컴파운드 대출의 이자보다 스테이킹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공격자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하십 큐레시는 공격자가 온체인 대출 마켓에 보조금을 줘 이자율을 높이면 사람들은 스테이킹에서 나와 대출로 향하고 스테이킹 규모가 적어지면, 공격자는 시스템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oS 네트워크가 오픈 생태계에 있는 한, 온체인 대출은 높은 이자를 제공함으로써  PoS 보안을 잠식할 수 있다"며 "코스모스 아톰(ATOM)처럼 시스템이 직접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스테이킹된 자산은 토큰화돼 다른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른 체인에서 토큰화된 대출 시장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악의적인 공격이 아니더라도 이탈은 일어날 수 있다. 그는 "벤처캐피털(VC)들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들이 경쟁을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네트워크 보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결과는 위험하고 불안전한 합의 레이어"라고 말했다.

PoS 블록체인이 이같은 위협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온체인 대출 이자율에 한도를 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출 마켓보다 나은 보상을 스테이커에게 주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첫번째 전략은 자본 통제를 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무허가형(permissionless) 블록체인에서 가능하지 않다. 그는 "가능하다고 해도 오프체인이나 호환성을 지원하는 다른 블록체인 체인을 통해 (대출로 자금이 빠져 나가는) 유사한 시장이 쉽게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방법은 경쟁력 있는 이자율을 제공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통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자율을 조정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상황에 맞는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십 큐레시는 "고정된 인플레이션 체계는 이같은 공격에 취약하다. 공격자들은 스테이커들을 빼앗기 위해 대출 마켓에서 얼마의 보조금을 주면 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더리움은 나름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큐레시의 설명. 이더리움은 고정된 통화 정책을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PoS 프로토콜들이 계속해서 안전하게 남아 있고 싶다면 적응력을 갖춘 통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thebch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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